정부는 2017년 11월부터 2년여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내 1형 당뇨(소아 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추진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에서 1형 당뇨 원생의 투약을 기피해 결국 퇴소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여전히 인식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다섯 살 딸의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권혁준(35·경기도 용인)씨는 이달 초 딸이 다니던 어린이집에 상담하러 갔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어린이집으로부터 “인슐린 주사와 점심 식사는 집에 가서 하고 아이 상태가 좋아지면 오라”고 통보받은 것. 또 “단체 소풍이나 현장학습 때는 집에서 부모와 시간을 가져달라”고 권유받았다. 권씨는 “아내가 어린이집에 와서 직접 투약하겠다고 했으나 그것도 거절당했다”고 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30일 “1형 당뇨 아이에게 인슐린 주사는 일상생활의 일부임에도 매번 인슐린 주사와 식사를 집에 가서 하고 안정을 취한 후 복귀하라고 하는 건 어린이집 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환우회는 국무조정실 등에 진상조사를 요청했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어린이집 원장은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자 그제서야 사과하며 다시 아이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권씨는 지난 23일 딸을 해당 어린이집에서 퇴소시키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권씨는 “어린이집 원장의 진정성이 의심됐다. 우리 아이를 짐처럼 생각하는 곳에 다시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는 “어린이집 원장이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에게 투약 행위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100명 이상 어린이집에는 간호사가 상주해야 한다. 해당 어린이집은 275명의 대형 어린이집으로 원장이 간호 조무사를 겸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약 보조가 강제 사항이 아닌만큼 자신들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게 어린이집 측 주장이다.

김 대표는 “해당 어린이집은 법이 갖추도록 한 간호 조무사를 원장이 겸하고 있지만 원내에서 아동이 잘못될 경우 책임이 따를 것을 두려워 해 투약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환우회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어린이집 원장이나 영양사 등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겸하고 있으면서 투약 보조 등의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가 3건 있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번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오지 않으려면 1형 당뇨 아이를 받는 어린이집에는 인센티브(유인책)를 줘서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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