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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인사이트] 교회를 교회 되게, 신앙인을 신앙인답게


지난달 초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을 맞아 의미 있는 성명이 발표됐다. 새문안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주안교회 창동염광교회 등 대한예수교장로회 5개 대형 교회가 내놓은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우리의 참회와 다짐’이 그것이다.

이들은 교회와 신앙의 세속화, 신앙인들의 낮은 윤리의식, 신앙보다 세속적 가치와 이념에 따라 흔들리는 교회와 신앙인들의 모습을 참회했다. 목회지 대물림 등 일련의 사건들로 교회와 신앙의 가장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도 부끄러워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오에 머무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주인 되심을 고백하는 신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빛과 소금으로 부름 받은 교회 공동체로서 작은 이웃들과 함께하고 대립과 갈등으로 신음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샬롬을 이루어가는 생명과 화합의 공동체로 거듭나겠다는 약속도 했다.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 청년세대 지원, 농어촌·도시 미자립교회 지원 등 구체적 실천방안도 내놨다. 이를 통해 교회를 교회 되게, 신앙인을 신앙인답게 세워가겠다고 했다.

젊은 세대는 물론 많은 교인들이 왜 교회를 찾지 않고 유튜브로 유명 목사님의 설교를 찾아듣는지, 왜 교회에 다니는 것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지 그동안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이 시대 교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도 없었다. 개별 교회들은 뿔뿔이 갈라져서 서로 헐뜯고 공격하기 바빴다. 오히려 세상 밖 사람들이 교회를 걱정할 정도다.

정치목사들이 활개를 치고 기독교가 ‘개독교’로 욕을 먹으면서 ‘가나안 신자’들이 늘고 있는 이 시대에 참회와 회개가 터져나온 것이 반갑다. 1992년 6월 18일 템플턴상 수상 축하행사 때 반세기 전의 신사참배를 회개한 고 한경직 목사만큼 세상을 향한 울림이 크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옥고를 치르고 순교한 주기철 손양원 목사를 비롯해 가난한 이들을 돌보면서 청빈한 삶을 살다간 한경직, 하용조, 옥한흠, 홍정길 목사 등 1세대 목회자들이 다져놓은 한국 기독교의 뿌리를 이들 교회 목회자들이 튼실하게 다져갈 것이란 기대도 해본다. 이들이 누구인가. 주승중 주안장로교회 목사는 주기철 목사의 손자다. 지난해 3월 영락교회에 부임한 김운성 목사는 부산의 땅끝교회를 크게 부흥시키고 ‘부산의 성자’로 불리던 분이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교회 세습은 비성경적”이라며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133년 전통을 지닌 어머니 교회로 불리는 한국 최초의 장로교회에서 나온 비판이라 무게가 있다.

독일의 행동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시작은 말구유였으며, 끝은 십자가였다’고 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인 말구유로 와서 우리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 교회와 신앙인들이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하늘의 상급을 소망해야 함에도 우리 시대는 물질만능주의, 맘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회마저 외형적 성장에 급급하고 사분오열돼 세상적 가치를 좇고 있다. 교회와 크리스천들은 할 일을 방기하고 있다. 이들의 선언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오로지 말씀으로 돌아가겠다는 자성이다.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는 지난달 19일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친민(親民)에서 신민(新民)으로’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예수님은 단지 우리와 친하게 지내려고 세상에 오신 게 아니라 우리를 변화시켜 새사람이 되게 하려고 오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더는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낮아져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약한 사람들에게 다가서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해야 한다”고 했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시대가 지금 교회에 긴급구호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절실한 시대다. 그동안 교회가 헐벗고 어려운 이웃을 나몰라라 한 것은 아니지만 2020년 새해에는 교회가 더욱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돌보는 데 힘썼으면 한다. 다음세대와 사회에 희망을 주는 것도 교회와 크리스천들의 몫이다.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 매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야고보서 1장 27절).’ 성경은 또 말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야고보서 2장 17절).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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