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의 실체는 미제로 남아 있다. 1900 파리올림픽 조정 유타 페어에서 우승한 다국적 팀에서 조타수로 승선한 ‘미스터리 소년’이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추정된다. 하지만 소년의 나이는커녕 이름도 120년간 규명되지 않았다. 당시 이 팀을 구성한 네덜란드 선수들이 무거운 성인 조타수를 대신해 프랑스 파리에서 소년을 급조한 과정만 전해졌다. 소년의 신원은 기록에서 사라졌다.

‘미스터리 소년’은 1960년 네덜란드 학자들에게 발견된 사진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진에서 추정된 소년의 나이는 7~10세. 하지만 신원은 여전히 불상이다. 조지아의 한 역사학자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역사가협회에 26쪽 분량의 편지를 보내 ‘파리 여행 중 네덜란드 조정 선수들에게 차출된 조지아(당시 러시아)의 지오르지 니콜라드제’라고 주장했지만, 아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문헌으로 남은 기록에서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는 1936 베를린올림픽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우승자인 미국의 마조리 게스트링이다. 당시 13세268일이었다. 하지만 금메달을 획득한 나이는 올림픽에서 경쟁 부문이 아니다. 게스트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인 기록이 아닌 스포츠 통계 지표나 호사가의 흥밋거리로 거론됐고, 언제나 ‘미스터리 소년’에게 밀린 2인자였다.

게스트링을 1인자로 인정하는 날이 올까. 그전에 누군가가 최연소 기록을 깰 가능성이 크다. IOC는 최근 올림픽에서 멀어지는 2000년 이후 출생자의 관심을 붙잡을 목적으로 종목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와 BMX(자전거 곡예)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했고, 2024 파리올림픽에서 비보잉의 신설을 잠정 승인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내부에서 e스포츠의 올림픽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전망도 들려온다. 올림픽 선수·관중의 연령대를 낮추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올여름에 펼쳐질 도쿄올림픽만 해도 ‘초등학생 메달리스트’의 탄생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올림픽 스케이트보드에 출전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영국의 만 11세 소녀 스카이 브라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브라운은 2008년 7월 12일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브라운의 나이는 오는 7월 27일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부문 여자부 결승전 때 만 12세15일, 파크 부문 여자부 우승자를 결정할 8월 5일에 만 12세24일이 된다.

브라운의 성장 속도를 보면 올림픽의 흥밋거리로 전락할 ‘꼬마’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2018년까지 출전한 대회에서 10위를 넘나들던 성적이 지난해부터 입상권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월드 스케이트 챔피언십 여자부에서 3위를 차지했는데, 8강을 통과한 성적은 1위였다. 그때부터 3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브라운의 세계 랭킹은 성별·나이·국적을 통틀어 등록된 선수 2만5000여명 중 165위에 있다. 순위를 파크 부문으로 한정하면 55위까지 치솟는다. 영국에서 1위다.

브라운은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미국 애플사 스마트폰 아이폰보다 1년 늦게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SNS와 유튜브 활용에 능수능란하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에 연결된 팔로어 45만명은 ‘부모가 시켜서 하는 일’로만 설명되지 않는 숫자다. 브라운은 네 살 터울의 남동생 오션 브라운과 함께 스케이트보드와 서핑을 즐기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계정으로 구독자 8만명을 모았다. 이미 국가대표 이력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을 받지 않을 만큼 소비자(팔로어·구독자)를 확보했다. 그야말로 ‘슈퍼키드’다 이런 브라운에게 올림픽은 스케이트보드를 콘텐츠로 삼는 여러 플랫폼 중 하나에 불과하지 않을까.

IOC의 변화 기조는 제2, 제3의 브라운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언젠가 e스포츠가 올림픽에 진입하면 열 살보다 어린 메달리스트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21세기 첫해에 태어난 2001년생이 성인으로 인정되는 2020년은 이제 막 시작했는데, 브라운 같은 2010년 전후 출생자가 벌써 세상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경기장 안팎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김철오 스포츠레저부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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