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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오너 리스크

라동철 논설위원


우리나라 재계는 대주주인 오너(총수)와 그 가족들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일반화돼 있다. 이런 방식을 오너경영 또는 소유경영이라고 하는데 경영권이 창업자의 3세로 내려온 곳이 많고 4세들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곳도 있다. 오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전략 수립을 주도하거나 미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밀어붙일 힘이 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 마련인 전문경영인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오너경영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단점도 만만치 않다. 오너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반면 견제 장치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너가 독단적으로 경영하거나 사익을 추구하면 기업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오너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기업이 피해를 입는 이런 현상을 오너 리스크(owner risk)라고 부른다. 오너 일가의 개인적 잘못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주가 하락,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갑질 폭언·폭행’ 등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가 연달아 불거진 한진그룹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갈등 끝에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찾아가 난동을 부린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오너경영은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경영권을 넘겨 받아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게 당연시되고 있는 게 문제다. 오너 일가는 중대한 경영 실책을 범하거나 일탈 행위로 기업에 큰 손실을 끼쳐도 걸맞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물러나더라도 여론이 잠잠해진다 싶으며 슬그머니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임직원과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거래 기업들까지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27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횡령 및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투자기업에 대해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불법·일탈 행위를 반복해 기업 가치를 떨어드리는 일부 부적격 오너들의 전횡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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