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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브로큰 할렐루야


지난 주말에 미리 칼럼을 써놓았는데, 생각할수록 부끄러워 다시 쓴다.

‘기자를 믿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었다. 2020년, 총선의 해다. 기독교계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 국민일보가 공정하게 보도할 테니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기자들이 쓴 기사를 믿어달라고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써놓고 보니 앞뒤가 바뀌었다. 우리의 취재와 보도가 미흡했던 점을 반성하는 게 먼저였다. 비정규직 청년의 사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은 가족, 뒤늦게 밝혀진 고위공직자의 비위, 교회와 사회의 분열, 활개 치는 이단 사이비 집단…. 우리 기자들이 조금만 더 일찍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보도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할수록 아쉽고 미안하다 부끄러워졌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쪽은 아무리 거짓과 허위가 드러나도 반성하지 않는다. 사실에 충실하게 보도하려 애쓴 기자들만 부끄러움까지 감당하는 게 한편으로는 억울하다. 그래도 부끄러움이 덜어지진 않는다. 새해에는 조금 덜 부끄러울 수 있길 바랄 뿐.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께서 캐나다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브로큰 할렐루야(Broken Hallelujah)’를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를 읊은 노래다. 아래의 노랫말은 아마도 밧세바의 관점에서 쓴 듯하다.

‘이 방, 예전에 와 본 것 같아요. 이 바닥을 걸었던 적 있어요. 당신을 알기 전 나는 혼자 지내곤 했죠. 대리석 아치 위에 펄럭이는 당신의 깃발을 본 적이 있죠. 사랑은 승리의 행진이 아니에요. 사랑은 차가운 것, 사랑이란 부서진 할렐루야.’(Maybe I’ve been here before. I know this room. I’ve walked this floor. I used to live alone before I knew you. I’ve seen your flag on the marble arch. Love is not a victory march. It’s cold and it’s a broken Hallelujah.)

선지자 나단의 책망을 듣고 엎드러진 다윗. 간음한 왕을 온 백성이 비웃는다. 충성스러운 장수는 죽었다. 남편과 아이를 잃은 여인은 커튼 뒤에서 울며 하나님만 찾고 있었으리라.

성경은 짓궂게도 다시 밥상 앞에 앉은 다윗을 보여준다. 신의 노여움은 아직 생생하다. 남은 신하들조차 “밥이 입으로 들어가십니까”라고 묻는다. 다윗은 말했다.

“아기가 죽었소. 내가 금식한들 그 아기를 다시 살아오게 할 수 있겠소. 장차 내가 아기에게로 가겠지만, 아기가 내게로 돌아올 수는 없게 되었소.”(삼하 12:23)

한숨 소리가 들리고 눈물이 보인다. 부끄러운 마음, 무너진 영혼. 하나님 앞에서 도망칠 곳이 없다. 새아기가 태어났다. 비로소 ‘할렐루야’ 입 밖으로 말해보지만, 국립묘지의 승전가처럼 애처롭다.

“하나님이여,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 피 흘린 죄에서 나를 건지소서. 내 혀가 주의 의를 높이 노래하리이다.”(시 51:14)

새해를 맞이하는 심정이, 조금 과장하면 다윗의 심정과 비슷하다. 사실 내가 부끄러운 이유는 기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앞서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러 해, 교회는 아스팔트에 내던진 휴대폰처럼 깨졌다. 정치 욕심, 물질 욕심, 명예 욕심, 성범죄, 분열. 사람들은 교회에 실망하고 떠난다. 이단과 사이비가 그 빈자리를 파고든다. 한탄하는 나에게 나단 선지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이 그 사람이라. 어찌하여 네가 여호와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나 보기에 악을 행하였느냐.”(삼하 12:7~9)

새해를 감격하기 전에 묻게 된다. 나에게 십자가의 복음을 전할 자격이 있는가. 화해와 용서와 치유를 외칠 자격이 있는가?

나는 길을 벗어나 얼어붙은 낙엽 위에 쓰러져 비틀린 소나무를 붙잡고 울어야 한다. 아직도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인이라고 부끄럽게 고백해야 한다. 나에겐 이것밖에 살길이 없다고 실토해야 한다. 나를 다시 붙잡아 일으켜 밥상 앞에 앉혀줄 분은 당신밖에 없다고 말해야 한다. 커튼 뒤의 밧세바처럼 브로큰 할렐루야를 부른다.

김지방 미션영상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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