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아요. 1주일 전만 해도 저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었죠. 감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받은 따뜻한 마음들로 이젠 대한민국과 팬분들을 감싸 안고 싶어요.”

‘90년대 지드래곤’으로 불리는 가수 양준일(50·사진)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에 감사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100여명의 취재진을 향해 “정말 저를 보러 오신 게 맞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대양홀 앞은 약 30년 만의 첫 팬미팅을 위해 모인 수백명의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991년 댄스곡 ‘리베카’로 데뷔한 양준일은 수려한 외모, 세련된 노래와 무대매너에도 시대적 한계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유튜브에서 ‘비운의 천재’로 입소문을 타던 그는 최근 JTBC 예능 ‘슈가맨’에 출연하면서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양준일은 “팬분들이 원하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대중이 그에게 더 매료된 건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횡포로 미국에 정착했던 그의 아픈 사연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들이 알려지면서였다. 몸매 관리에 대한 답변에서도 그의 성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하루 14시간 정도 서빙을 하는데, 바쁜 날은 16㎞를 걸은 셈이 되더라”며 “점심을 많이 먹으면 졸릴까봐 일부러 적게 먹곤 했다”고 말했다.

방송가와 광고계의 러브콜이 뜨겁다. 양준일은 팬들을 위해 음반 재발매와 에세이 출간도 준비 중이다. 그는 “내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팔린다고 하더라. 예전 곡들을 편곡하고 녹음할 계획”이라며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한 책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90년대 GD’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지드래곤과 비교하는 건 좋지만,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겸손을 보였다.

양준일은 “대한민국은 항상 그리워했던 곳”이라며 “한국에서 꼭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을 떠올리면, 힘든 일이 많았지만, 힘든 것만 있었던 게 아니에요. 보석 같은 일들이 있었고 그 보석을 간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를 따뜻하게 받아준 분들의 마음을 끝까지 잃어버리지 않을 거예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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