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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고가 신약 접근성 높아지는 새해 되길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중증 환자들이 당장 필요한 약을 쓸 수 없는 현실 개선할 때다

폐암 4기 환자 이건주씨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폐암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면역항암제(키트루다)의 건강보험 적용이 2년 넘도록 안 되고 있다. 재력이 있거나 운 좋게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 들어간 환자는 폐암 치료의 골든타임인 초기에 투여받아 효과를 얻고 있지만 대부분의 서민 환자들은 비싸서 써 보지도 못하거나 무리하게 자비로 치료받다 메디컬푸어(의료 극빈층)가 되고 있다.” 그는 말기 암환자들이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 주의에도 불구하고 개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에 목을 매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돈이 없어 비싼 면역항암제를 꿈도 못 꾸는 환자들에게 (펜벤다졸은) 신이 내린 특효약으로 통한다. 키트루다와 달리 싸게 구할 수 있어 폐암 말기 환자에겐 다른 방도가 없다”라고.

이씨가 언급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말기 비소세포폐암(전체 폐암의 80% 차지) 진단 후 곧바로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 기존 항암요법 대비 5년 생존율이 4~6배 증가한다는 사실이 국내외 연구에서 확인됐다. 2017년 3월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나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을 때 쓰는 2차 치료제로만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애타는 암환자들의 요구로 제약사가 첫 치료에 급여화를 신청했지만 2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75% 정도가 1차 치료제에 보험 적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최근 정부와 제약사 간 약가 협상이 최종 결렬돼 한시가 급한 환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비보험일 때 키트루다의 1년 약값은 약 1억원에 달한다. 보험이 되면 연간 500만원 정도로 준다.

이처럼 환자들이 의료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항암 신약 등 의약품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속도는 유달리 더디다. 2~3인 병실, MRI와 초음파 검사, 수술 처치 및 치료 재료, 한방 추나요법 등에 보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재인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 문재인케어 2년간의 성과에 대해 반쪽짜리 보장성 강화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 5월 내놓은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을 봐도 신약의 혁신가치 인정과 보험 등재를 효율적으로 유인하는 정책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문재인케어를 통해 추진 중인 의약품 보장성 정책인 ‘선별급여제도’ 역시 새로울 게 없다. 2012년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도입이 처음 거론됐고 이듬해 12월 본격 시행된 바 있다. 이 제도는 비용 효과성이 불명확하지만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의약품에 대해 건보 적용을 해 주되, 본인부담률을 높여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선별급여 의약품들이 대부분 오래된 구약이라서 환자들의 요구도가 높은 ‘비급여 신약’의 보장성 강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싼 약값으로 인해 가계 파탄을 겪는 환자들의 간절함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다.

또 다른 의약품 보장성 강화책인 ‘기준 비급여’(이미 보험 등재된 의약품의 다른 적응증이나 연령 제한 등에 급여 확대)와 ‘등재 비급여’(아예 보험 등재되지 않은 신약을 급여권에 진입) 제도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암 신약 등이 고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실패 또는 제외되면서 ‘코리아 패싱’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까다로운 급여화 절차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에 신약 출시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 피해는 암 등 중증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정된 건보 재정으로 비용 효과성과 형평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중증 환자들은 당장 필요한 약을 쓸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최근 세계적 보건경제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프랭크 리텐버그 교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OECD 31개국 가운데 19위에 그쳤다.

좀 더 속도감 있게 의약품 보장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케어의 우선순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신속 급여등재(패스트트랙)나 항암제 기금 마련 등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2020년은 비싼 약값 때문에 있는 약도 못 쓰는 안타까운 현실이 나아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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