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시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더 맑아져 꽃이 되겠지’에서 ‘겨울산’이라는 제목 아래 펼쳐진 눈 덮인 산의 풍경. 새빛 제공

저 사진에 담긴 산은 한국의 어디쯤 있을까. 하얗게 쌓인 눈 위에 앙상한 나무들이 철사처럼 꽂혀 있는데 저자는 저런 산을 보면서 “겨울 산은 한눈팔 게 없어서 좋다”고 적어두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시구는 다음과 같다. “개울물 소리 묻히고/ 단풍도 수목장으로 잠들고/ 가슴팍 품은 바람만으로 사념의 돛을 올려 본다/ 입 꽉 다문 겨울 산에서 서성이다/ 꼭 그만큼 키가 자라/ 마음 꼭 다물고 내려왔다.” 별것 아닌 작품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홀로 겨울 산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시일 듯하다.


‘더 맑아져 꽃이 되겠지’에는 ‘디카 시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사진에 어울리는 시를 한데 모은 시집이라는 뜻이다. 책을 펴낸 최남수는 YTN에서 사장까지 지낸 언론인으로 현재는 보험연구원에서 연구자문위원회 보험발전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론계에 있을 때는 주로 경제뉴스의 현장을 파고든 저널리스트였는데 이런 이력의 주인공이 서정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시집을 냈다는 건 이색적으로 여겨질 만하다. 그렇다면 그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어설픈 시심(詩心)”을 사진에 포개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시작은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사로잡힌 저자는 그때부터 틈틈이 사진을 찍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책의 첫머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사진과 시는 저에게 삶의 ‘처마 밑’입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칠 때 이 처마 밑으로 피했습니다.” 책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묻어난다. 소나무를 마주한 저자는 “뿌리 깊은 나무 앞에 서면/ 내 뿌리를/ 몰래 들춰보게 된다”고 말한다. ‘자전거’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에서는 “삶의 무게로 페달을 밟는다/ 맞바람엔 몸 낮추고/ 고갯길에선 마음의 먼지를 내뱉는다/ 달린 거리만큼 세상은 저만치/ 내릴 때 가벼워지는 이륜의 마법”이라고 노래한다. 김만수 인하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시서화(詩書畵)’라고 규정했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