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 양궁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2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활시위를 당기기에 앞서 대열을 맞춰 나란히 서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지난해 6월 세계선수권대회 부진을 계기로 경쟁을 강화해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있다. 진천=김지훈 기자

올림픽 성적을 이야기할 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메달 종합 순위를 집계하지 않는다. 올림픽 헌장 57조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스포츠 강국들의 생각은 다르다. 어떤 식으로든 순위를 매겨 기어이 우열을 가려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 올림픽 기간마다 ‘우승은 금메달 순인가, 메달 총합 순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색상을 가리지 않고 메달을 쓸어 담는 ‘1인자’ 미국마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보다 많은 메달을 수확하고도 금메달 수에서 2위로 밀리자 ‘메달 총합으로 우승했다’고 우겼다.

한국은 금메달 순으로 종합 순위를 집계하는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 왔다. 그리고 언제나 목표는 하나였다. ‘텐·텐(10·10).’ 금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10위권에 들겠다는 의미다. 올림픽 10위권의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던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10위)부터 이 목표가 세워졌다. 한국은 이후로 2000 시드니올림픽(12위)을 제외하면 10위 밖으로 밀러난 적이 없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변함없이 ‘텐·텐’이 목표로 제시되고 있지만, 체육계 내부에서 “금메달 10개는커녕 종합 10위 수성도 쉽지 않다”는 말이 들려온다. 미국 데이터 업체 그레이스노트가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예측한 한국의 도쿄올림픽 성적은 금메달 9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8개로 종합 11위다. 이마저도 앞서 발표된 같은 해 7월 예측(금메달 10개·종합 10위)보다 하향 평가됐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예선의 성적이 반영된 것이다.

예전 같지 않은 효심(孝心)

통상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이라고 하면 세계 ‘원톱’으로 평가되는 양궁과 무예 종목인 태권도·유도·레슬링을 칭한다. 역대 네 종목의 금메달 합계는 모두 57개. 양궁에서 23개, 태권도에서 12개, 유도·레슬링에서 11개씩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한국의 하계올림픽 금메달 90개 중 절반 이상이 이들 효자종목에서 나왔다.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당장 양궁만 해도 지난해부터 한국의 제왕적 입지에 균열이 생겼다.

한국 양궁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혼성전에 출전한 강채영-이우석의 금메달 하나만을 손에 쥐었다. 혼성전은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추가된 종목이다. 즉 올림픽 종목이었던 남녀 개인·단체전은 ‘노골드’로 끝낸 셈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의 기준을 강화한 지난해 11월 태국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0개 중 9개를 따고 우승해 자존심을 회복했다. 다만 이 대회는 아시아 국가들에 국한돼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도쿄올림픽 양궁에 걸린 메달은 모두 5개. 앞선 올림픽 같은 ‘금메달 싹쓸이’는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종주국의 지위를 가진 태권도의 경우 이미 판세가 유럽·중동으로 분산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러시아·터키의 강세가 돋보인다. 한국 태권도는 2012 런던올림픽 때 1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2개에 그치는 등 금메달 수가 대폭 줄었다. 도쿄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8개.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는 “세계 평준화로 인해 한국의 입지는 과거와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도·레슬링의 경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맥이 끊겼다. 유도의 경우 종주국이자 개최국인 일본의 홈 어드밴티지를 넘어야 하는 ‘이중고’가 예상된다.

‘종합 10위를 수성하라!’

도쿄올림픽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된다. 33개 종목에 금메달 339개가 걸려 있다. 지난 대회보다 금메달 33개가 늘었다. 이제 본선행 막차 티켓을 놓고 마지막 예선도 속속 펼쳐진다. 당장 남녀 배구는 7일, 남자 축구는 9일부터 아시아 최종 예선에 들어간다. 예선이 끝나면 올림픽 순위 전망은 더 선명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보통은 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4월 15일 전후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된다.

한국의 경우 5~7개의 금메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1일 “양궁·태권도와 더불어 여자골프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된다”며 “사격·유도·펜싱에서도 금메달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종오. 뉴시스

올해로 만 41세가 된 진종오의 경우 도쿄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쏠 금빛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진종오는 지금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차지해 ‘양궁 레전드’ 김수녕(금 4·은 1·동 1)과 함께 한국의 최다 메달 보유자로 등록돼 있다. 메달 하나만 추가하면 단독 최다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다.

고진영. AP뉴시스

여자골프의 경우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지난 대회 금메달리스트는 박인비였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과 2위 박성현을 포함해 10위권에 진입한 한국 선수 4명은 도쿄올림픽 여자골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다. 오상욱이 세계 랭킹 1위인 펜싱 남자 사브르도 금메달 가시권에 있는 종목으로 평가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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