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인 빌 게이츠는 출판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대단하다. 그가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는 서평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게이츠의 독서 편력을 드러내는데, 지구촌에는 그의 추천사가 붙은 책이라면 불문곡직하고 구입하는 독자가 적지 않다. 한데 온라인 서점에서 게이츠가 쓴 책을 검색하면 몇 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기부와 자선을 위해 벌이는 열정적인 활동, 책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생각하면 의아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6월에 출간되는 게이츠의 신간은 많은 독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선명하게 그린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할 출판사 김영사는 “기후 재앙을 피할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믿고 보는 작가들의 신간

새해에는 게이츠의 책이 그렇듯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신간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출간을 앞둔 ‘글로벌 그린 뉴딜’과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그린 뉴딜’은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로 명성이 상당한 제러미 리프킨이 화석 연료가 끝장난 이후 펼쳐질 미래 에너지 시장을 전망한 내용이다. ‘환경을 해치는…’은 환경주의자들이 지고의 가치로 삼는 잘못된 믿음들을 각개격파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환경 문제를 다룬 책만 새해 출판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건 아니다. 국민일보는 최근 국내 출판사 41곳을 상대로 2020년 출간 예정작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출판사들이 내놓은 답변에서는 독서가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 반짝이는 신간 리스트가 간단없이 이어졌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책들은 역시 유명 저자의 신간이었다.

토마 피케티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그런 경우다. 피케티는 최근 10년 사이에 등장한 책들 가운데 파급력만 놓고 따진다면 첫손에 꼽힐 만한 ‘21세기 자본’의 저자다. 상반기 출간 예정인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전작이 그랬듯 각종 데이터를 깁고 엮어서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분석한 역작이다. 문학동네는 “매서운 비판과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한 대담한 제안이 담겼다”고 전했다.

유머러스한 논픽션 작가 순위를 매길 때 가장 높은 자리에 랭크될 빌 브라이슨의 신작 ‘바디: 우리 몸 안내서’도 주목할 만하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려낸 작품으로 미국에서는 지난해 가을 출간됐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퍼뜨린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이면을 엿보는 방법을 전하는 ‘토킹 투 스트레인저스(Talking to Strangers)’를 내놓는다. ‘코스모스’의 작가 칼 세이건의 부인 앤 드루얀이 내놓는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를 비롯해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랩 걸’의 작가 호프 자런의 신작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세상의 가장자리를 살피면서 세계를 보는 시선을 한 단계 끌어올려줄 작품들도 독자를 찾아간다. 5월 출간 예정인 킴 E 닐슨의 ‘장애의 역사’는 미국 역사에 장애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파고든 작품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같은 책을 통해 필명을 날린 김승섭 고려대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상반기에 출간될 ‘하틀랜드’는 미국 노동자가 마주하는 야멸찬 현실을 고발한 논픽션이다. ‘하틀랜드’를 국내에 소개할 반비는 이 책을 백인 빈민층의 삶을 자세하게 그려내며 격찬을 받은 ‘힐빌리의 노래’에 빗대면서 “힐빌리의 노래 여성 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세계 역사나 한국의 현대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이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도 잇달아 출간된다. 우선 언론인 리영희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글을 갈무리한 선집, 그의 삶을 정리한 평전의 출간이 각각 예고돼 있다. 현대 문명을 향한 통렬한 비판으로 고전의 자리에 올라선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다룬 평전도 나온다. 돌베개는 “소로의 삶과 시대를 다룬 최초의 종합적인 평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가 박수근의 딸 박인숙이 아버지의 삶을 회고한 ‘내 아버지 박수근’도 기대를 모으는 신작이다.

전작의 명성, 이어갈 수 있을까

한국 저자의 책 중에서도 출간과 동시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법한 신간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린 김초엽은 ‘희망 대신 욕망’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같은 책으로 유명한 변호사 김원영과 함께 ‘사이보그가 되다’를 발표한다. 책을 펴내는 사계절이 소개한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 정상적인 신체인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신체를 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꿀까’ ‘장애를 제거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바람직한가’….

전국 구멍가게를 찾아다니며 이들 가게에 얽힌 이야기를 뭉근한 분위기의 그림과 함께 묶어냈던 이미경은 후속작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구멍가게를 찾아다닌 작가의 여정이 담긴 작품이다.

전작 ‘떨림과 울림’으로 단단한 필력을 보여준 물리학자 김상욱은 타이포그래퍼(서체 전문가) 유지원과 함께 예술과 과학의 융합적 사고가 어떤 힘을 띠는지 살핀 에세이를 내놓는다. 베스트셀러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썼던 김수현도 신작을 준비 중이고,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환타’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여행 작가 전명윤은 지난해 최루탄 냄새로 가득했던 홍콩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룬 ‘리멤버: 홍콩’을 발표한다. 북유럽 여행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제2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평가를 받은 마이클 부스는 한국 중국 일본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산, 세 호랑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문학 분야에서도 기대작으로 꼽을 만한 책은 한두 권이 아니다. 한강 황석영 김연수 등이 신작을 발표한다(국민일보 1월 1일자 26면 참조).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영웅문’ 시리즈를 통해 이 분야의 대가로 통했던 진융(金庸)의 최고작 신조협려(전 8권) 개정판 출간 소식에 반색할 듯하다. 스티븐 킹의 소설 ‘욕망을 파는 집’, 1억부 넘는 판매고를 올린 북유럽 미스터리 장르의 대표작 ‘밀레니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도 독자를 찾아간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