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을 한 바퀴 돌아서 오는 줄을
딸과 함께 넘는다
헉헉거리는 숫자는
제자리에서 뛰어넘는 나이

발에 걸릴 때마다 넘어지는 숫자들
몇 번이고 잊고 다시 잊어버리지만
넘어야 할 게 많은 나이
나는 결리는 갈비뼈에도
잠시 지나가는 눈발에도 걸리지 않는다

내 발이 장애물이 되어
줄을 넘는 일
살짝 살짝 들리는 순간을 통과해 가는
한 바퀴의 숫자들
아이는 아직 먹지도 않은 나이를 세다 오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헉헉거린다

아이는 아이의 수를 세고
반대편에 서서 나는 나의 수를 센다
하루에도 몇백 년을
입술을 굳게 다문 수들이
가장 낮은 장애물을 뛰어넘고 있다

박진이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중

시인은 딸과 마주 서서 줄넘기를 한다. 하나, 둘, 셋…. 가만히 생각해보면 줄넘기는 참 묘한 운동이다. 내 발이 장애물이 되고, 그 발은 또 다른 낮은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세상을 산다는 것은 줄넘기와 비슷할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이맘때면 “몇 번이고 잊고 다시 잊어버리지만/ 넘어야 할 게 많은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올해 얼마나 많이 내 발에 내가 걸려 일껏 쌓은 성과를 망가뜨리게 될까. 힘들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살짝 살짝 들리는 순간을 통과”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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