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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마약 혼자 못 끊죠, 의지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도와야 변합니다”

<2부> 빌드업 생명존중문화 (18) 마약중독 치유공동체 DARC

경기도 약물중독재활센터(DARC) 임상현 목사가 지난달 31일 남양주 사무실에서 마약 중독자와 함께 살며 생명을 회복하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양주=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DARC 센터장 임상현 목사

“약물 중독자는 어린애라고 봐야 합니다. 누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또다시 마약에 빠지게 돼요. 본인 의지로는 끊을 수 없어요. 생명을 되찾기 위해선 내 손을 잡아줄 주님께 의탁해야 해요. 복음과 말씀 묵상으로 하루 또 하루를 참아 이틀을 버티는 겁니다. 그렇게 보름이고 한 달이고 지내면서 차차 재활하는 겁니다. 가족도 함께하지 못하는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다른 중독자들과 같이 지내면서 변화를 지원하는 겁니다. 함께 사는 게 곧 사역이지요.”

마약중독 치유공동체인 경기도 약물중독재활센터(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센터장 임상현(69) 목사가 말문을 열었다. 강추위가 몰아친 지난달 31일 경기도 남양주 주택가에 있는 센터를 찾았다. 2층짜리 단독주택에 임 목사와 함께 마약 복용으로 복역 경험이 있는 4명의 형제가 숙식을 함께하며 거주하고 있다. 벽에는 십자가에 걸린 사람 모양의 ‘예’, 두 팔 벌려 말씀을 선포하는 모습의 ‘수’ 무릎 꿇고 기도하는 형태의 ‘님’ 글자가 캘리그래피 작품으로 걸려 있었다. 다른 쪽 벽에는 ‘나는 정직하겠습니다’ ‘나는 내 것을 나누어 주겠습니다’ ‘내가 용서받았듯이 나도 용서하겠습니다’ 등 ‘공동체 철학’이 새겨져 있다. 임 목사가 설명을 이어갔다.

“마약에서 벗어나는 건 삶의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겁니다. 정직해야 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남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전 8시 일어나 세면 면도를 하고 공동체 형제들이 직접 토스트 등 아침을 만들어 식사합니다. 청소를 끝내면 모여 앉아 공동체 미팅을 하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이어 개인 상담과 건강 체크 등을 하며 휴식하고, 점심을 먹은 뒤엔 심리교육 영화감상 등에 이어 1시간 30분의 운동 시간을 갖습니다. 약물 중독자는 몸이 많이 망가져 있기에 걷기부터 시작해 뛰기와 기구 운동 등으로 나아갑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약물 중독자 익명 치료모임인 ‘NA(Narcotics Anonymous)’에 요일별로 장소를 달리해 참석합니다. 주일엔 형제들의 경우 서울중독심리상담연구소 김형근 목사가 섬기는 브릿지교회에 참석해 예배를 드리고, 저는 김양재 목사님의 우리들교회에 가서 큐티를 배워 옵니다.”

센터에 걸린 ‘예수님’ 캘리그래피 작품. 남양주=강민석 선임기자

중요한 건 신앙이다. 강요하진 않지만 임 목사는 “신앙 없이 단약은 없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그 증거라고 했다. 임 목사도 마약 전과 9범인데, 11년째 약물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3년, 또 8년씩 끊었다가 단 한 번의 유혹에 빠져 무너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신앙을 가졌고 아내가 옆에서 지속해서 회복을 도왔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신에서 안수를 받았지만 스스로 목사라기보다는 약물 중독 경험이 있는 이 형제들의 큰형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공동체에서 예배를 보고 설교를 하면 잔소리밖에 안 됩니다. 그저 끊을 의지가 있는 친구들 옆에서 저도 함께 살면서 같은 마음으로 이기적인 욕심과 중독을 없애는 과정을 돌보는 겁니다.”

지난 4월 개원한 경기도 DARC는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 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입소자들은 매달 35만원 생활비를 내고 끊을 의지가 있는 형제들과 함께 살면서 직업 재활 및 사회 복귀를 도모한다. 직업 재활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그래서 임 목사는 공동체 형제들과 함께 세차장 일을 하는 프로그램도 생각 중이다.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고 몸을 움직여 일하는 즐거움도 찾기 위해서다.

공동체 철학이 담긴 플래카드. 남양주=강민석 선임기자

6개월째 이곳에 머무는 Y씨(55)는 대마초 등 마약 전과 4범이라고 했다. 과거 경기도 동두천 미군기지 일대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약을 배운 그는 “회복되면 부모님이 계신 강원도에서 농사지으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 목사가 옆에서 “처음 약을 하는 걸 친구를 통해 배우듯, 끊는 것도 사람을 통해 배워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자 Y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 목사는 고린도전서 15장 10절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말씀을 되뇐다고 했다.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한 과거 전력 때문에 스스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다고 한 고백처럼, 임 목사도 약물 중독에 놓였던 과거가 있지만 이젠 다른 형제들의 회복을 돕는 데 쓰일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관심도 호소했다. 임 목사는 “약물 중독자가 10만~15만명이라고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끊으려 노력하는 이들을 합치면 100만명까지 추산할 수 있다”면서 “이들이 중독에서 벗어나 생명의 주님을 만나도록 교회들이 일대일 돌봄 노력을 보태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남양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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