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펌프 대신 수도꼭지 “새로운 세상 만났어요”

월드비전, 에스와티니 잔돈도 식수사업 현장

에스와티니의 호호구 잔돈도 초등학교는 통합식수시설을 통해 물을 공급받고 있다. 전석범 가양감리교회 목사(오른쪽 두 번째)와 이상민 장로가 지난 11월 이 학교 수도꼭지로 물을 받아마시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1월 아프리카 남부 에스와티니의 호호구 잔돈도 마을. 린클라 샤반그(32)씨가 한국에서 온 낯선 손님들에게 자작시를 낭송하기 위해 긴장된 표정으로 일어섰다. 낯선 손님이란 월드비전을 통해 에스와티니의 ‘잔돈도 물 공급 시스템’ 본부를 찾은 대전 가양감리교회 전석범 목사 일행이다.

자작시 제목은 ‘자유로 가는 긴 여정’(long way to freedom·아래). 시는 물 때문에 고통받은 시간을 되돌아보며 월드비전이 지어준 정수시설 덕에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쁨을 담았다. 그는 이 기쁨을 ‘태양이 뜨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식수 위생사업 리더 조타 마카코라(58)씨는 “아이들이 물을 뜨기 위해 물룰루강까지 10ℓ 젤리통을 들고 왕복 2시간 거리를 걸어야 했다”면서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셔 학질 등 수인성 질병에 걸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425가구가 수도꼭지만 틀어도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옆 마을도 물을 뜨러 우리 마을에 온다”고 소개했다.

에스와티니 사람들이 물 때문에 받는 고통은 크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한국이 350ℓ인 데 반해 에스와티니는 5분의 1수준인 67ℓ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등 물 부족 국가에선 식량과 함께 식수 문제가 시급한 해결과제다. 월드비전이 식수시설을 단계적으로 개선해가며 치수사업을 하는 이유다.

호호구 마피파 초등학교에 설치된 핸드펌프. 설치비용이 저렴하지만 깨끗한 물을 대량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초보적인 단계는 우물을 파서 손잡이가 달린 펌프를 설치한 핸드펌프다. 1000만원 정도로 설치비용이 낮지만, 단점이 있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적고 우물의 굴착 깊이가 낮아 수질이 나빠질 수 있는 데다 물을 긷는 데 힘이 든다. 한 단계 발전한 게 기계식 관정이다. 펌프로 끌어올린 물을 탱크에 저장한 뒤 수도꼭지만 틀면 쓸 수 있게 했다.

더 발전한 게 잔돈도 마을에 설치된 통합식수시설이다. 우물 등 식수원과 펌프, 물탱크, 파이프, 수도꼭지 등 다양한 구성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미니 상수도라 할 수 있다.

식수원 옆에 설치한 디젤 고정급수펌프로 물을 끌어 올려 언덕 위 물탱크에 저장한다. 물탱크에 있던 물은 각 가정과 학교에 연결된 파이프로 흘러간다. 잔돈도 마을에선 식수원이 우물이 아니라 강이다.

정수처리시설을 관리하는 오스틴 빌라카지(39)씨는 “건기엔 암반층 물, 우기엔 물룰루 강물을 끌어올려 강 옆 6m 아래에 파놓은 4개의 파이프를 통해 정수처리 시설로 보낸다”면서 “그다음 언덕 위 배수시설로 보내 각 가정의 수전에 물을 공급한다”고 전했다.

통합식수시설 설치에 9억원이라는 거액이 들었지만 효과는 컸다. 현재 425가구, 2638명이 깨끗한 물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혜택을 보고 있다. 그중 어린이가 1250명이다. 파이프만 연결하면 옆 마을 등으로 공급 범위도 확대할 수 있다. 식수위생사업팀은 손씻기 등 위생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인다. 교육의 질도 달라졌다. 485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잔돈도 초등학교 나란샨싸 말랑완 교장은 “물 사정이 좋지 않아 교사들이 오래 버티지 못했는데 최근엔 수준 높은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됐다”며 “아이들도 물 길으러 갈 시간에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월드비전은 작은 정성으로도 대규모 식수 사업을 후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 목사도 “목마른 자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면 우리 주님이 기뻐하실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만지니(에스와티니)=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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