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본색’, 원작 영화 아재팬도 불러 모을까

동명 영화 1·2편 각색한 작품 화려한 영상미로 시선 끌어


트렌치코트와 선글라스, 그리고 입에 문 성냥개비. 영화 ‘영웅본색’의 배우 저우룬파(주윤발)는 뭇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전성기를 이끈 ‘영웅본색’이 이번엔 무대 위에서 되살아났다.

국내 초연 창작 뮤지컬 ‘영웅본색’(사진)은 동명 영화 1편과 2편을 각색한 작품이다. 암흑가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려는 송자호(유준상 임태경 민우혁), 조직에 몸담았던 형을 경멸하는 형사 송자걸(한지상 박영수 이장우), 송자호의 절친한 동료 마크(최대철 박민성)를 통해 사나이들의 진한 우정과 가족애를 그려낸다.

원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로 가득하다. ‘당년정’ ‘분향미래일자’ 등 영화의 OST가 삽입된 건 물론 영화의 명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자걸의 공중전화신이나 마크의 쌍권총 액션신이 대표적인데, 커튼콜에서는 원작 감독 우위썬(오우삼)의 시그니처 쇼트와 같은 하얀 비둘기도 등장한다. 공연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건 화려한 영상미다. LED 패널 1000여장이 무대 삼면에 설치돼 영화를 보는 듯한 공간감을 구현해낸다. 홍콩의 밤거리부터 위조지폐 작업장, 교도소, 부둣가까지 수십 가지의 공간으로 배경이 시시각각 변모한다.

송자호 역의 유준상은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65세까지 이 역할을 맡고 싶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자신했다. 그는 “영화 같은 뮤지컬”이라고 소개하며 “매 신마다 영화를 찍는 마음으로 임한다. 이렇게 혁신적인 무대에 딱딱 맞춰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가능하더라”고 설명했다.

원작에서 저우룬파가 연기한 마크 역을 맡은 최대철과 박민성은 캐릭터 구현에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최대철은 “마크는 늘 총을 달고 산 인물이기에 너무 멋을 내기보단 일상적으로 보이고 싶었다”고, 박민성은 “주윤발을 따라 하면 그의 아류밖에 되지 않으니 저만의 색깔로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궈룽(장국영)이 소화한 송자걸 역으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이장우는 “뮤지컬을 하기 전에는 드라마나 영화와 똑같을 거로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장난이 아니더라. 뮤지컬에 맞는 연기가 따로 있다는 걸 느꼈다. 뮤지컬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오는 3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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