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 트로트 붐을 타고 안방을 찾은 경연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TV조선 ‘미스터트롯’(위 사진)과 MBN ‘보이스퀸’(아래 사진)의 장면들. 방송화면 캡처

트로트는 이제 대중문화를 꿰뚫는 키워드가 됐다. TV조선의 ‘미스트롯’은 지난해 송가인 등 걸출한 가수들을 발굴하며 트로트 붐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가수 유산슬은 이를 잇는 강력한 후속타였다. 이런 흐름을 타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격으로 등장한 트로트 경연들은 전에 없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이 기존의 오디션 문법만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은 MBN ‘보이스퀸’과 TV조선 ‘미스터트롯’이다.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종편 채널에 트로트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면서 타깃층을 정확히 겨냥하는 소재다. 보이스퀸은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 억눌려있던 여성 주부들을 조명한다. 가요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트로트가 경연의 가장 큰 줄기가 되는데, 준결승에 진출한 전영랑 조엘라 안소정 등 실력자들의 구성진 목소리가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육아와 살림으로 꿈을 접은 주부들의 신산했던 삶을 곁들여 묵직한 감동을 전했다. 주부들의 새 삶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7~8%(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대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다만 주부의 정체성만을 부각하는 장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프로그램 초반 “주부로선 힘든 노래를 해냈다”는 식의 심사위원 코멘트나 ‘누군가의 아내’로만 참가자를 포장하는 모습에선 개인을 조명한다는 기획 의도가 무색하게 느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오디션 예능처럼 스토리텔링에 욕심을 내다 도리어 고정관념을 드러낸 꼴이었는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주부 모습만이 부각될 때가 적지 않다.

보이스퀸과 맞붙는 남자 버전 미스트롯인 미스터트롯은 지난 2일 첫 회에서 단숨에 시청률 12.5%를 기록했다. 미스트롯의 흥행에 일부 빚진 것이겠지만, 떼어놔도 만듦새가 빼어났다. 최연소 참가자인 홍잠언을 비롯해 한이재 임영웅 등 15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강자들의 면면에서는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났다. 무대 구성과 연출도 한층 스케일을 키웠다.

미스코리아 대회 콘셉트를 차용하는 등 출연자 성적 대상화로 지적을 받았던 미스트롯에 비해 논란거리가 많이 준 것도 장점이겠다. 다만 전작의 단점이 연상되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출연자 외모를 치켜세우거나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라는 식의 소개가 곁들여진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출연자들의 실력과 깔끔한 연출만으로도 충분한 인기를 끌었을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디션 예능이 답습해온 문법의 한계에서 원인을 찾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란 편견이 깨져가고 있다”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논란 요소들은 당연히 빼는 게 좋다. 기존 오디션 예능의 문법을 탈피한 연출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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