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태웠던 승용차가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미군 무인기의 로켓 공격을 받고 불길에 휩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제거한 것이 북한의 향후 대미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감행한 솔레이마니에 대한 공습에 대북 경고 메시지도 충분히 담겨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자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크게 자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민이 공격을 당하면 무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란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어버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단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이어가는 등 미국이 그어놓은 레드라인에 근접하는 위협 행동들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북한은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에 나설 경우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5일 “미국의 이번 공습 때문에 북한은 핵실험과 ICBM 발사 등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수준의 도발 행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공습이 적국 수뇌부 제거를 목표로 한 ‘참수작전’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공습을 국방력·자위력 강화나 도발 수위를 높이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침략적 본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지난달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중동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도발 수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 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도 이날 “세계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동 지역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며 앞으로 중동 지역이 미국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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