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1990년 절친이자 독일 현대미술의 대가인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펼친 퍼포먼스. 갤러리현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하기 위한 ‘백남준 아카이브전’을 추진한다. 현재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는 백남준 회고전이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이것이 한국 순회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이 대안으로 아카이브전을 구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6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르면 하반기에 백남준 아카이브전이 개최될 수 있도록 국내외 소장가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카이브는 친필 편지, 도록, 포스터, 사진, 공문서 등 백남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물품이나 작품, 전시 등과 관련된 각종 기록물을 일컫는다. 작품 자체보다는 시각적 힘이 부족하지만, 작품 탄생 배경과 맥락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백남준의 미술 세계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전시 방식이 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 ‘다다익선’.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카이브전을 준비하는 것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테이트모던의 백남준 회고전은 내달 9일 종료된 뒤 향후 미국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시카고현대미술관에 이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슈테델릭미술관, 싱가포르 내셔널미술관 등지로 순회전이 이어진다. 테이트모던 전시는 TV부처, 로봇K456 등 각국에 흩어진 대표작 200점을 엄선한 것으로 작가 사후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전시 예정 미술관들은 테이트모던과 공동 펀딩이나 순회전 경험을 공유한 기관들이라고 한다.

이 전시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이런 네트워크가 구축이 돼 있지 않은 것이 1차적 요인이다. 아울러 백남준의 맏조카이자 고인의 저작권을 승계한 ‘저작권 실행자’ 켄 백 하쿠타(69·한국이름 백건)와 한국 미술계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도 보이지 않게 작동하고 있다. 그는 테이트모던 전시 개막에 즈음해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화랑, 평론가 등)한국의 미술인들이 백남준을 이용하려는 욕망이 크다”며 우리 미술계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가 생전인 1992년, 회갑 기념 대규모 개인전 ‘백남준 비디오 때 땅’전을 열기도 했지만 사후에는 전시가 없었다. 일본 도쿄 와타리움미술관 ‘바이바이 남준백’(2006),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팔라스 ‘백남준’전(2011), 미국 워싱턴스미스소니언미술관 ‘남준백:글로벌 비저너리’(2013) 등 해외 유수의 미술관은 사후 회고전을 가졌었다. 백남준이 출생한 한국의 국립 미술 기관에서 사후 회고전을 열지 못한 것은 오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한 미술계 인사는 “해외에 나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백남준 선생의 전시 도록을 발견할 때가 많아 무조건 사 모은다. 국내 전시 도록만 가지고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아카이브전에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차제에 작품 전시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조카 하쿠타와 접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