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현우 교수(오른쪽)가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전립선암 절제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은 보통 ‘최소침습(최소상처) 로봇수술’로 불린다. 단순 복강경 수술보다 시야가 10배 이상 폭넓어 한결 쉽고 빠르게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을 자유로이 쓸 수 있어 수술이 더욱 정밀하게 이뤄지게 돼 수술 부작용과 합병증까지 극소화할 수 있어 일석삼조(一石三鳥)다.

심장혈관병원과 혈액병원, 장기이식센터, 척추관절통증류마티스센터 등 모두 15개의 전문진료센터를 구축한 은평성모병원이 최소상처 미세수술과 로봇수술 전문가들로 중무장한 ‘미세침습수술센터’를 생명존중 첨단의료 실천의 전진기지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이 병원은 매우 다양한 용도로 로봇수술을 사용하고 있다. 위암, 직장암, 대장질환, 갑상선암, 간담도 및 췌장 질환 등 일반외과 분야 치료는 물론 구강암, 인·후두암, 갑상선암 등 이비인후과 분야, 종격동 종양, 폐암, 식도암 등 흉부외과 분야 암 수술에도 각각 활발하게 쓰고 있다.

비뇨의학과와 산부인과 영역은 그 중에서도 로봇수술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주변에 꼭 지켜야 할 혈관과 신경이 많아 초정밀 수술이 필요한 까닭이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등 여성성의 상징을 훼손하는 종양의 제거는 물론 자궁탈출증 치료,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비대증 등 비뇨기계 양·악성 질환 수술에 로봇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미세침습수술센터장 김현우 교수(비뇨의학과)는 12일, “좁은 골반 속에서 상하좌우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을 이용하면 오로지 직진만 가능한 복강경으론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의 혹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병원을 방문,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등 전립선 질환 치료에 필요한 최소상처 미세수술 및 로봇수술 기법을 집중 연구하고 돌아와 임상에 활용해 왔다. 김 교수에게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전립선이 커지는 이유는?

“전립선은 구조적으로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약 20g 정도의 밤톨 모양의 생식기관이다. 정자에 영양분을 제공하여 자손 번식에 기여하는 필수 기관이긴 하지만, 일단 자손을 얻고 나면 쓸모없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출산 후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 여성의 자궁과 같은 처지다.

남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35세 이후부터 전립선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한다. 50세를 넘기면서 배뇨곤란 증상이 나타나는 전립선비대증으로 발전한다. 나이를 먹으며 발생률이 계속 높아져 60대의 60%, 70대의 70%, 80대 이후엔 거의 모든 남성에게 나타나게 된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은 요도가 좁아진 탓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데(빈뇨), 한 번에 시원하게 다 쏟아내지 못하고 여러 번에 걸쳐 찔끔거리며 배출한다. 소변 줄기도 가늘어진다(약뇨). 이 때문에 한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되는 불편도 겪게 된다(야간뇨).”

-전립선 비대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비대해진 전립선 때문에 막힌 요로(오줌길)를 열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크게 약물 요법과 수술 요법이 있다. 대부분(약 80%)은 약물 치료만으로 해결이 된다. 하루 한 번만 복용해도 해결이 되는 약이 있다. 다만, 약으로 전립선비대증을 다스리고자 할 때는 혈압 약 등과 같이 평생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수술은 이렇듯 지속적인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을 때 고려한다. 배뇨곤란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데도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은 추후에 더 큰 합병증을 자초할 위험성이 있어서다.

수술 방법은 비대해져 딱딱해진 전립선 조직을 전기 열에너지로 지져서 없애는 ‘전기소작술’에서 이를 홀뮴 레이저로 대신하는 홀렙(HoLEP, 홀뮴레이저 전립선절제술) 치료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내시경 수술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내시경 수술은 요도 쪽으로 수술 기구를 전립선까지 넣어 비정상 조직을 안쪽에서 긁어내는 방식이다. 반면 홀렙 수술은 홀뮴 레이저를 칼처럼 사용해 비대해진 전립선을 정상 조직과 분리, 제거하는 방법이다. 무게가 80g 이상 나가는 거대 전립선비대증도 홀렙 수술로 해결이 가능할 정도로 술기(수술 기술)가 발전한 상태다. 홀렙 치료는 수술 후 별다른 부작용도 없어 다음 날 바로 퇴원, 일상복귀가 빠르고 젊은 시절과 같은 소변 세기를 금방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10년 새 전립선암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이유로 추정된다. 첫째, PSA라는 전립선특이항원이 밝혀지면서, 피검사만으로 암 발생을 의심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그만큼 전립선암 조기 발견 및 진단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최근 자기공명영상(MRI) 진단검사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편입됨에 따라 전립선암 진단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MRI 검사 확대가 전립선암 조기발견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둘째, 식습관의 변화가 전립선암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 육식이나 패스트푸드 중심의 서구형 식습관은 전립선암 발생을 촉진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가 예전처럼 된장과 김치를 먹던 시절에는 전립선암 발생 건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평균수명의 연장도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대장암과 같이 ‘아버지 암’으로 불릴 정도로 고령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전립선암 발생률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전립선암은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나?

“개복수술과 내시경(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이 있다. 2001년에 복강경 수술, 2005년에 로봇수술이 잇따라 국내에 도입되고 PSA검사 보편화와 MRI 검사 확대 정책으로 조기진단 기회가 많아지면서 개복수술 빈도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원리는 같으나 집도의의 위치가 다르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 곁에서 의사가 치료용 내시경을 직접 조작한다. 반면, 로봇수술은 의사가 환자와 1~2미터쯤 떨어진 콘솔박스에서 전자오락기의 스틱을 다루듯 로봇팔을 원격 조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두 경우 모두 수술 흉터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고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립선암에서 로봇수술의 활용 가치가 높다는 뜻인가?

“전립선은 아랫배 골반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암 절제수술 때 방광과 요도를 다시 연결해줘야 할 때는 90도 가까이 직각으로 꺾어서 이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을 이용하면 이 같은 난관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수술 부위도 10배 이상 확대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또 아주 작은 로봇 팔이 수술 부위로 들어가서 자유자재로 꺾이기 때문에 골반강 깊숙이 자리한 전립선암을 도려내는데 유리하다. 개복수술의 경우 잘 보이지 않아 다치기 쉬운 발기신경 등 말초신경을 보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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