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증가를 겨냥해 다양한 콘셉트의 동물 예능이 안방을 찾고 있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큰 대중적 관심에도 예능만큼은 흥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사진은 지난 5일 처음 방송된 tvN ‘냐옹은 페이크다’(위)와 강형욱 동물훈련사를 앞세운 KBS2 ‘개는 훌륭하다’. 방송화면 캡처

동물과 사는 시대다. 최근 한 조사에선 서울 내 다섯 가구당 한 집은 강아지 고양이 등 귀여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방송사들도 저마다 동물 예능을 선보이는 중인데 의아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동물에 대한 치솟는 관심에도 ‘대박’에 견줄 이렇다 할 흥행작은 나오지 않아서다. 펫 예능의 이런 녹록지 않은 현실은 무엇 때문일까.

먼저 동물 예능 하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TV 동물농장’(SBS)부터 살펴보자. 2001년 시작된 동물농장은 가정집 반려견과 반려묘는 물론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이색 동물까지 두루 조명하면서 20년 가까이 꾸준히 사랑받았다. 특히 10%(닐슨코리아) 안팎 시청률에서 크게 벗어난 적 없는 효자 콘텐츠였는데, 이를 바꿔 말하면 극적인 시청자 유입이 없는 프로그램이란 뜻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매주 일요일 오전 9시30분이면 습관적으로 동물농장을 트는 고정 시청층의 힘에 기댄 기록인 셈이다.

동물농장이 이렇게 기록을 유지하는 동안 여타 숱한 동물 예능들은 꾸준히 안방을 찾고, 꾸준히 사라졌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EBS1)와 ‘개는 훌륭하다’(KBS2)가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유명 동물훈련사 강형욱씨가 출연했거나, 출연 중인 프로그램들로 견공의 공격성을 줄이는 방법 등 반려동물과 생활할 때 꼭 필요한 실용적 정보를 전한다. 트렌드를 읽은 기획에도 호응은 적은 편인데, ‘개는 훌륭하다’는 3~4%대 시청률을 오가고 있다.

기민한 독자라면 동물 예능이 부진한 이유를 얼마간 짐작할 수 있을 테다. 유튜브다. 다만 음식과 뷰티 등 여러 장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유튜브로 옮겨간 것과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펫 콘텐츠 특성 자체가 유튜브와 잘 들어맞는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동물 콘텐츠 성격상 대부분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형태가 된다”며 “복잡한 서사가 아니기에 동물 에피소드를 전하는 데는 짧은 호흡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방송을 간추려 내보내는 동물농장 공식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는 구독자가 255만명에 달하는데, 대부분 조회수 수십만회를 웃돌 정도로 화제성이 대단하다. 물론 여타 콘텐츠처럼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튜브는 매력적이다. ‘개는 훌륭하다’ 속 알짜배기 양육 정보들을 담은 쿠키 콘텐츠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TV 매체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 상대적으로 친숙한 동물 콘텐츠에만 얽매이기 쉽다. 유튜브에서 ‘펫방’을 즐겨본다는 직장인 김준성(28)씨는 “희귀 파충류, 조류처럼 TV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동물들을 손쉽게, 또 많이 만나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콘텐츠 문법 반복 탓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지금껏 동물 예능은 주로 동물들을 의인화하는 형태에 머물곤 했다. 지난 5일 첫선을 보인 ‘냐옹은 페이크다’(tvN)도 고양이의 생각을 신동엽 오정세의 내레이션을 입혀 내보내는 얼개였다.

그렇다면 TV 속 동물 예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정 평론가는 “동물에 인간적 시각을 입힌 콘텐츠들이 동물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동물과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의식도 성장하고 있다. 동물적 관점에서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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