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에도 세대 차이는 있다. 소재와 작업 태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진은 586세대 대표 주자 임흥순 작가가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을 소재로 제작한 영상작품 ‘좋은 빛, 좋은 공기’(위)와 밀레니얼 세대인 김희천 작가가 디지털 문화의 후유증을 다룬 영상 작품 ‘탱크’. 한쪽은 사뭇 심각하고 한쪽은 발랄하다. 더페이지갤러리, 아트선재센터 제공

꼰대로 지목된 586세대들은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가이드북이 나올 정도로 그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만큼 자라온 환경이 달라 생각과 문화가 다르다.

미술판에도 세대 차이가 있을까. 마침 주제와 기법에서 세대에 따른 화법 차이를 보여주는 영상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51) 작가의 개인전 ‘고스트 가이드’(서울 성동구 더페이지갤러리 23일까지)와 김희천(31) 작가의 개인전 ‘탱크’(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2월 9일까지)가 그것이다. 둘은 영상 매체를 다룬다는 점에선 같지만 언어의 결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다르다.


임 작가는 상업 갤러리 첫 전시임에도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2018년 미국의 유서 깊은 비엔날레인 카네기인터내셔널에 출품해 국제적 관심을 받았던 ‘좋은 빛, 좋은 공기’를 국내 처음 선보인다. 각각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일컫는 말인데, 두 도시는 1980년대와 70년대에 군부 독재 아래서 집단학살을 경험한 바 있다.

통상 영상을 나란히 놓은 것과 달리 작가는 마주보게 설치해 관람객이 다른 영상을 보려면 일부러 등을 돌리게 했다. 그러면서 내레이션이 상대 영상에 흐르게 했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나라에서 벌어진 일처럼 상대 나라의 자막이 자연스럽다. 작가는 최근 전시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꼈으면 해서 영상 설치를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자본의 노동 착취, 탈북자 문제 등 현대사의 이슈를 다큐멘터리처럼 정공법으로 다뤄왔다. 이번 전시 역시 87년 민주화 항쟁을 경험한 586세대의 역사의식과 진지함이 물씬 느껴진다.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청년들과 함께한 워크숍을 시각화한 설치 작품과 사진 작품도 있다. 빗자루 세 개를 세워놓고 유령처럼 이불을 뒤집어씌운 설치작품은 ‘영혼의 안내자(고스트 가이드)’로서 희생자들을 위무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자의식을 보여준다. 에세이 같은 VR 작품도 시도했지만 시적 여운이 부족해 아쉽다.

‘썰매’ 등 전작들에서 디지털 세대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해온 김희천 작가는 이번에도 디지털 시대에 신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를 기발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는 잠수부들이 시뮬레이션 훈련에 쓰는 ‘감각 차단 탱크’를 끌어왔다. 영상 속 화자인 작가는 잠수를 하기 전에 그 탱크에 들어간다. 탱크에 들어가면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신체 감각이 사라진 상태에서 온전히 정신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훈련이 계속되면 시뮬레이션을 하는지, 실제 잠수 중에 있는지 헷갈리게 되고, 송여름이라는 다이버도 그런 혼란을 겪고 죽게 되는데….

작가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코앞에 다가오는 등 인간이 신체를 감각할 기회를 점점 상실하게 되는 미래를 암울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묘사가 아니라 이미지의 연결과 힌트 같은 내레이션을 통해 암시할 뿐이다. 욕설과 성형앱까지 등장하는 화면은 시종 흥미진진하다. 자율주행차와 K팝을 연결 짓는 식견이 탁월하지만, 워낙 다층적인 화면 구성이라 의도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세대만이 만들 수 있고 그들이 더 빨리 이해하는 작품이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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