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이 지난 3일 국민일보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이병주 기자

대구 출신인 그는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그러나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1년만에 방출됐다.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곧바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잠시 코치 생활을 한 뒤 오랜 기간 스카우터의 길을 걸었다. 한때는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말그대로 한국프로야구계에선 철저한 무명 인사였다.

성 단장(왼쪽)이 시카고 컵스 환태평양 담당 스카우트 슈퍼바이저 시절이던 2015년 권광민(오른쪽 두 번째) 입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9월 롯데 자이언츠 단장으로 전격 기용됐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다 연고도 전혀 없는데 말이다. 부임 이후 외국인 감독 후보 공개, 포수 트레이드, 옵트아웃(일정 기간 뒤 FA선언 가능) 첫 시행을 통한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예상못한 일들을 쏟아냈다. 말그대로 스토브리그를 주도하고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의 파격과 맞먹을 정도다.

성민규 롯데 단장이다. 지난 3일 국민일보에서 만난 성 단장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롯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7일 전화 인터뷰로 추가 취재했다.

-바보같은 질문이지만, 몇 등을 예상하는가.

“바보같은 답변이지만, 등수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등수를 생각하게 되면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야구는 감독이 선수를 추려서 결국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단장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

-‘프로세스’를 가장 강조하는데.

“말그대로 과정이다. 과정을 제대로 만들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렇지 않은데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요행일 뿐이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프로세스는 승리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이 부임 이후 예상을 깨는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성 단장이 지난해 11월 허문회(오른쪽) 신임 감독 취임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첫 과제는 감독 선임이었다.

“외국인 감독 후보를 먼저 공표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후보 인터뷰를 하려면 해당 구단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그렇게 했다. 그런데 국내 감독 후보를 인터뷰한다고 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결론적으론 외국인 감독 후보와 똑같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면 한국야구를 잘 이해하고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국내 감독이 낫다고 봤다.”

-외국인 코치진이 대거 들어왔다.

“단장 역할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이 선수단 방출과 코치진 해고 통보다. 방출과 교체 폭이 컸는데 롯데가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코치진 개편에 앞서 선수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를 토대로 개편했다. 외국인 코치진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구조로 바꿨다.”

-롯데는 육성을 잘못해왔는데.

“외람된 말이지만 2군 감독의 첫 번째 조건으로 1군 감독에 대한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래리 서튼 2군 감독은 1년 동안 1~2명을 1군에서 뛸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신의 목표라고 했다. 육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옵트아웃을 먼저 제안했나.

“지난 3일부터 안치홍 측 에이전트와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였다. 금액과 기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옵트아웃이 나왔다. 국내에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지만 실효성 있는 카드라는 데 서로의 견해가 일치했다.”

성 단장은 또 FA 계약을 통해 KIA 타이거즈 안치홍(위 사진)과,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이글스 포수 지성준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뉴시스

-지성준 트레이드도 눈길을 끌었다.

“지성준이 만능 맥가이버칼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지성준이 80경기 정도를 맡고, 나종덕과 정보근 등이 나머지를 책임지면 올 시즌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전성기가 늦게 온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다. 당장 정상급 기량을 기대하기보다는 경쟁을 통해 성장해주길 기대하면서 데려왔다.”

-추가 트레이드는 없나.

“트레이드는 매일 머릿속에서 하고 있다. 트레이드는 저평가된 선수를 데려와 고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인데 성사가 쉽지 않다. 한동희는 정상급 3루수로 성장할 자질이 충분하다. 기다려주지 않으면 클 수가 없다. 신본기가 가장 강력한 3루수 후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선수가 차지할 것이다.”

-선발진이 약해 보이는데.

“다른 팀의 경우 5선발 투수가 누구인지 쉽게 말할 수 없는 처지다. 롯데는 그렇지 않다. 롯데 투수진은 볼넷도 많고 폭투도 많지만 삼진도 많다. 트레이드 문의도 많았다.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좌타자를 잘 잡느냐다. 좌우 구분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구색 맞추기는 필요없다. 공을 잘 던지는 투수가 우선이다.”

성 단장 올해 구상의 핵심에 서 있는 이대호. 뉴시스

-이대호 활용 계획은.

“이대호는 롯데에서 단순 성적 이상의 가치가 있다. 지난해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선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충분히 자신의 몫 이상을 할 선수다.”

-샐러리캡에 대한 입장은.

“정확히는 사치세가 맞다. 시행은 확실한데 언제부터 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될 수 있다. 무턱대고 거액의 외국인 선수를 잡았다가 나중에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미래까지 보고 선수단을 구성하는 게 맞다.”

-외풍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터넷을 보면 너무 소설 같은 얘기가 많다. 95% 이상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진 그런 일이 없지만 만약 외풍이 들어온다면 설득시키는게 단장의 능력이라고 본다.”

-어떤 롯데를 만들고 싶은가.

“성적을 떠나 프로세스가 잡혀있는 팀이 됐으면 한다. 남들을 따라가는 팀이 아닌 롯데를 보고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남들이 하지 않고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한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팀을 구성하고 싶다.”

김영석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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