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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여전히 온라인 탑골

전재우 사회2부 부장


‘온라인 탑골공원’이 소환됐다. ‘조선의 레이디 가가’가 나왔고, ‘탑골 청하’가 등장했다. ‘탑골 지디’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연배가 다른 지인들과 가진 조촐한 송년회 자리에서의 일이다. 에어비앤비로 빌린 장소에 스마트TV가 있어 가능했다. 내심 아이돌 음악을 듣고 봤으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두 추억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예전 가요를 들으며 제비를 뽑고 선물을 교환했다. 1980, 90년대식이었달까. 뉴트로는 이미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다음 해의 추세를 가늠하는 보고서와 단행본이 쏟아져 나온다. 대체로 마케팅과 소비에 초점을 맞추긴 하지만 개인에게도 시사점은 있다. 크게 요약하면 ‘복고(뉴트로)’ ‘안식(힐링)’ ‘초개인화’ ‘공유’ ‘자기계발’ ‘5060세대’ 등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0’은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강한 쥐들), 다음소프트의 ‘2020 트렌드 노트’는 혼자만의 시공간,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라이프 트렌드 2020’은 느슨한 연대를 큰 방향으로 봤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의 ‘마이티 마이스’는 갈등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2020년 쥐의 해에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꾀 많고 영리한 쥐들이 힘을 합쳐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2년 TV를 통해 상영된 만화영화 ‘마이티 마우스’(파라마운트 제작)를 차용했다면 ‘정의’나 ‘공정’도 담겨 있을 법하다.

뉴트로나 힐링은 세계적 현상이다. 이미지나 웹 페이지를 스크랩하고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핀터레스트’에서도 뉴트로와 힐링을 2020년의 경향으로 봤다. 핀터레스트는 매년 10개 정도의 경향을 제공한다. 세부 항목의 변화도 볼 수 있다. 세계 3억3000만명 이용자의 검색 항목들을 분석한 것이니 특별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핀터레스트의 2020 트렌드는 성 중립성(beyond binary), 의식적인 소비(conscious consumption), 균형 찾기(finding balance), 가정 중심(home hub), 국제적 영감(internationally inspired), 애완동물(pampered pets), 야외활동(re-wilding), 특별한 여행(responsible travel), 우주(space everything), 1990년대 재생(90s rerun) 등이다.

성별에 따른 구분에서 벗어나 포용성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성 중립성이 선택됐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성향이 늘어나고, 웰빙 하면 떠오르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서도 누릴 수 있는 ‘잘 살아내기’ 방법으로 균형을 찾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람으로 가득 찬 유명 관광지를 피해 장단기 체류나 모험을 즐기는 일이 늘어나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좀 더 수월하게 하면서 문화적 영감을 얻는 데 주력하는 여행을 택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우주가 선정된 이유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 때문이다. NASA는 올해부터 1년에 두 차례, 우주정거장에 최대 30일 체류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왕복 비용은 688억원(5800만 달러), 하루 숙박비는 1인당 4100만원(3만5000달러)이다. 돈이 있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신체조건이 맞아야 한다. 훈련도 받아야 한다.

‘90년대 재생’은 우리와 비슷하다. 글 앞머리의 ‘온라인 탑골공원’은 90년대 음악방송을 재생하는 유튜브 채널, 조선의 레이디 가가는 이정현, 탑골 청하는 백지영, 탑골 지디는 양준일이다.

기우에서, 온라인 탑골공원처럼 ‘대박 나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이제라도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제작자가 있다면 유튜브의 순기능을 더 많이 고민하고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신념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유튜브는 여전히 혐오 콘텐츠를 유통하고,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플랫폼이다.

전재우 사회2부 부장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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