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나 간판 없는 가게가 즐비한 서울 을지로. 과거 이곳은 쇠락한 동네였지만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서울에서 가장 특색 있는 상권 중 하나로 거듭났다. 미래의창 제공

지난해 10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해 트렌드를 전망한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오팔 세대’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오팔 세대’는 5060세대의 다른 말이면서 ‘58년 개띠’의 ‘58’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그는 “새해에는 소비 시장에서 오팔 세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BC카드 빅데이터센터가 출간한 ‘빅데이터, 사람을 읽다’를 보면 오팔 세대의 파워를 감지하게 된다. BC카드 매출 데이터를 살피면 지난해 상반기 오팔 세대의 카드 사용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4%나 늘었다(다른 세대의 경우 전부 20% 수준이었다). 오팔 세대는 모바일 결제 방식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60 여성은 3040 여성과 비슷한 속도로 (모바일) 결제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60대 남성만이 평균적인 증가세를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결제에서는 5060 여성이 40대 여성보다 전년에 비해 결제 건수 증가폭이 크다.”

이렇듯 ‘빅데이터…’에는 눈길을 끄는 각종 데이터가 한가득 담겨 있다. 분석은 BC카드 2800만 개인 고객이 304만개 가맹점에서 사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디지털 지문’인 카드 실적이 기반이 됐으니 억지스러운 말장난으로 시장을 전망하는 여타 트렌드 서적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됐다. 첫머리에는 빅데이터의 가치를 전하는 이야기가 짤막하게 등장하고, 2부에서는 소비자를 10개 집단으로 분석해 대한민국 소비 지도를 그려낸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동네 생활 소비형’ ‘오프라인 올빼미형’ ‘외식 집중형’ ‘온라인 온리형’…. 분석 결과 가장 많은 비율(16.8%)을 차지한 집단은 온라인 온리형이었다. 이 집단은 모든 소비를 온라인으로 해결하는데, 3040 세대 비중이 57%로 가장 높았다.

3부에서는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글이 등장하더니, 4부에서는 요즘 뜨는 상권 5곳을 파고든 내용이 따라붙는다. 시작은 ‘힙지로’로 불리는 서울의 을지로. 거미줄처럼 뻗은 을지로 골목길에는 노포나 간판 없는 가게가 수두룩하다. 책에는 을지로를 찾는 소비자는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이야기가 등장한다. ‘중심 도로’ 없이 좁은 골목을 따라 펼쳐진 을지로 상권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파고들기 어려운 환경을 갖추고 있어 영락을 거듭한 다른 상권에 피해 젠트리피케이션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렇다면 을지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힙지로’로 불리게 될까. 필자들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진 않는다. 다만 이런 조언만을 전할 뿐이다. “상권은 한 번 침체되면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이 어렵다. 결국 잘될 때 계속 고민해야 한다. 힙해야 살아남는다.”

박지훈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