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갈등 장기화 조짐… 최악 상황 땐 난민사역 절실하다”

이란 인접국에서 사역 중인 한인선교사들이 전한 현지 상황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군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6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장례식에서 시민들이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선교단체들은 중동 평화와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요청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 새벽(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군 기지에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이 이란군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살한 데 대한 보복이다. 이란은 미군이 보복에 나설 경우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시아파 국가이고 UAE는 수니파 국가로 미국과 가깝다.

현지 한국인 선교사들은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며 현지 대사관 등과 협력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사역 중인 A선교사는 “주레바논 한국대사관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바로 비상연락을 가동하고 탈출 시나리오를 가동한다”면서 “이란 사태와 관련해선 솔레이마니가 살해당했을 때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레바논은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있는 곳으로 이란 군대와 함께 미국 등 서방국가에 대한 보복 테러에 나설 것으로 우려되는 곳이다.

이란의 경우 290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인 선교사는 거의 없다. 이란에서 사역하다 돌아온 B선교사는 “이란 내 한인들은 주로 비즈니스 종사자인데 경제 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이란을 떠났다”면서 “한국인 선교사들도 대부분 추방됐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최근 10년간 기독교를 탄압하며 선교사들을 추방했다. 일부 선교단체에서 이란에 선교사를 파송해 왔지만, 매번 추방당했다. 이란의 유일한 한인교회인 테헤란한인교회도 3년 전부터 목회자가 없다. B선교사는 “이란 정부는 말 그대로 외국인들의 활동을 손바닥 보듯 훑고 있다. 공개든 비공개든 선교사역을 하는 건 무모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란에서 선교사역을 했던 C선교사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등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란은 그동안 내우외환으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 압박을 받고 있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폭동이 발생해 외신엔 보도되지 않았지만, 지난 2개월간 수백 명이 피살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건 이란 정부로선 호재일 수 있다”며 “시아파는 애도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공격을 내부 결집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상황을 길게 끌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터키나 유럽 등에서 난민사역을 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이란에서 추방된 일부 선교사는 터키 등에서 난민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과 이란의 물리적 충돌로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 때와 같은 난민 물결이 다시 한번 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C선교사는 “중동 선교사들이 전방 개척을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란 등 위험 지역에선 무모한 선교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대신 450만여명의 난민이 있는 터키에서 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터키에는 이란인 교회가 180여개나 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김정한 위기관리원장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기도를 요청했다. 김 원장은 “중동 사태가 평화적 협상을 통해 해결돼 전쟁 없이 평화가 유지되도록, 긴급철수 상황에 처해 사역지를 떠나는 선교사들에 대한 이해와 지지의 끈을 놓지 않고 사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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