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의 한 장면. 연예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자식의 일상이 담긴 화면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SBS 제공

2017년 12월 30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7 S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유재석이나 신동엽 같은 정상급 방송인이 아니었다. SBS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에서 ‘돌직구 입담’으로 프로그램 인기를 견인한 가수 김건모, 개그맨 박수홍, 가수 토니안, 방송인 이상민의 어머니가 연예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김건모의 어머니인 이선미씨는 “살림만 하던 엄마를 큰 무대로 끌어내 준 아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이후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이 연예대상을 받은 것을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미우새가 거둔 성과를 생각한다면 납득할 만한 결과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시 미우새는 2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현존 최고 예능”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연예대상 이듬해엔 한때 시청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우새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청률은 10%대로 내려앉았고, 지난달 22일에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화제성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미우새는 어쩌다 추락하게 됐을까.

미우새는 2016년 7월 20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였다. 한 달 뒤인 8월 26일 정규 편성됐으며 매주 금요일 밤 방영되다가 이듬해 4월 16일부터는 일요일 밤 9시대로 시간대를 옮겨 전파를 타고 있다. 프로그램은 결혼하지 않은 연예인 아들딸의 철딱서니 없는 일상과, 이런 자녀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모두 담아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스튜디오에 앉아 자식의 일상을 엿보는 어머니들은 구수한 입담이 가미된 추임새를 통해 중장년층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미우새의 인기는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기 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출연자인 김건모가 성 추문에 휘말렸다는 점이고, 둘째는 KBS가 2TV 장수 예능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같은 시간대에 맞불 편성하면서 시청률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요인이 아니더라도 미우새의 추락은 예정돼 있었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머니가 자식의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평범한 연예인 관찰 예능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왜 저들의 삶을 봐야 하나’ 자문하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어머니들의 ‘역할’이 거의 없는데 ‘미운우리새끼’라는 제목 탓에 콘셉트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우새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초심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우새가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것은 출연자들의 삶이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인데, 언젠가부터 제작진이 예능적인 요소에만 너무 집착하면서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출연자의 삶에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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