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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18세 선거권’에 거는 기대

라동철 논설위원


민주주의 역사는 선거권 확대역사… 만18세로 낮춘 건 당연하고 오히려 뒤늦은 결정

민주시민 교육의 좋은 기회, 정치 참여 확대하고 후진적인 정치 문화 바꾸는 계기 되길


지난달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공직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하한 연령이 만 18세로 확대됐다. 정치권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내용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느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선거연령 하향 조정은 의미가 크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대표자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하는데 국민들의 위임 절차가 바로 선거다. 선거는 간접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 토대이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다. 선거권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선거에서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에 투표할 수 있는 권리다. 정당활동을 하거나 선거운동을 할 권리도 포함된다. 선거권 부여 자격은 국가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되는데 가급적 많은 이에게 주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민주주의 역사는 선거권 확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족 등 상류층 남성의 전유물이던 선거권이 노동자, 여성, 흑인, 소수민족, 재외국민 등으로 확대되면서 참여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다.

선거연령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1948년 만 21세였으나 1960년 만 20세, 2005년 만 19세가 됐고 14년여 만에 만 18세로 또 낮췄다.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만 18세가 되면 결혼할 수 있고 군대에 갈 수 있으며 공무원이 될 수 있다. 독립적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나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망라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모두 만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막차로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독일 슬로베니아 영국 등은 지방선거의 경우 만 16세에도 선거권이 있다. 청소년들이 정치행위를 하기에는 미성숙하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편견일 뿐이다.

만 18세 선거연령이 적용되는 첫 선거는 오는 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다. 주민등록상 출생일이 2002년 4월 15일 이전이면 투표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일 기준으로 만 18세 유권자는 약 53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다수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신입생들이다. 선거권이 주어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정치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이 극단적 대결로 소모적 정쟁을 부추기고 특권을 사유화하는 일이 일상화되다 보니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지만 그럴수록 정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패하고, 무능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당이나 정치인을 솎아내야 나라가 발전하고 개인의 삶도 더 나아질 수 있다. 선거는 정치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선거권을 처음 행사하게 될 젊은 유권자들을 축하하며 그들의 선택을 차분하게 지켜보면 될 일이다.

고3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지나친 걱정이다. 이번 총선에서 고3 유권자는 5만여명으로 만 18세 전체의 10% 남짓이다. 2022년 지방선거는 6월에 실시되기 때문에 고등학생 유권자 비중이 더 높아진다. 그렇다고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선거권이 주어진다고 학교 현장이 정치화되거나 학생들의 수업권이 훼손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3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는 아무래도 공부일 테고 투표에 참여할지는 해당 학생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만 8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고3 학생들은 이전에도 선거권이 있었지만 학교 현장에 혼란은 없었다. 일부 교사들의 정치 편향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사립학교 교사를 포함해 모든 교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유도할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되는데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할 교사가 과연 있을까.

선거권을 고3 학생으로 확대한 것은 오히려 민주시민 교육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선거 교육을 제대로 받은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선거할 나이가 되면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고 투표소에 간 이들이 대다수다. 선거권 확대를 계기로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까지 포함해 고등학생들에게 체계적인 선거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 당국이 협력해 선거의 의의와 절차, 불법 선거운동 사례 등을 담은 표준 교육안을 만들고 교육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학생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거권 확대로 정치권이 젊은 유권자들의 삶과 요구에 더 진지하게 반응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정작 그들의 삶이나 고민에는 무관심했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고 환경, 안전, 성평등, 미래, 공정 등의 이슈에 민감한 편이다. 선거권 확대가 국민의 정치 참여를 늘리고 후진적인 정치 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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