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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안철수의 자강론

김경택 정치부 차장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유학을 떠난 지 1년4개월 만인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정치 복귀를 선언하는 이 글은 그가 제보 조작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던 국민의당을 살리겠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안 전 대표는 2017년 8월 국민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극중(極中)주의’의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뒤로 물러나 있을 때라며 그의 경선 출마를 만류했던 한 측근은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은 주변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으로 거머쥔 ‘성공 신화’로 깊게 각인돼 있었다.

이번에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일으켰던 ‘녹색 돌풍’을 기대하며 돌아올 것이다.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형성한 표밭이 안 전 대표를 불러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여야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치의 묘를 살리지 못하며 밀어붙이기와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는 장면만 연출한 탓이다.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을 못하니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 현장의 목소리는 격해졌고, 양쪽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 사람들의 표심도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안 전 대표를 상징했던 ‘새 정치’를 바라는 요구가 다시 높아지기를 바라는 지지자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4·15 총선에서 녹색 돌풍이 재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어떤 대안을 들고나올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보수인지, 진보인지, 양쪽을 아우르는 합리적 혹은 개혁적 무언가로 표현하기도 모호한 슬로건으로는 정치에 등을 돌린 민심을 끌어안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자강론’이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던 지난 대선에서 마지막까지 자강론에 매달렸다. 자강론은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비롯한 다른 정치 세력과 연대하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신념대로 자강론을 고수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안 전 대표 측으로 분류됐던 한 의원의 패인 분석은 이렇다. “대선을 4~5개월 앞뒀을 때 안 전 대표는 ‘문재인 후보 쪽만 아니면 다른 어떤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 구도가 그려진 뒤로는 자강론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전국적인 선거 조직을 갖추지 못했던 안 전 대표가 다른 정치 세력과 손을 잡는 데 힘을 쏟았어야 했는데 막연하게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기댄 자강론만 고집하다가 패배했다는 것이다.

불면의 밤을 보냈을 안 전 대표는 최근 세 결집을 노리는 듯 총선을 겨냥한 메시지를 잇달아 던지고 있다. 그는 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축하 영상을 통해선 “과거 지향적이고 분열적인 리더십을 미래 지향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밝히며 ‘실용정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합리적 개혁’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어느 정치 세력을 규합할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국민의당이 대선 패배 이후 펴낸 ‘대선평가 보고서’에 지적된 문제가 또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고서는 “자강론은 지지의 확장이 시급한 시점에서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허무한 구호였다”며 “당과 후보의 이념적, 정책적 스탠스를 모호하게 하면서 호남과 영남 모두로부터 외면 받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국민통합 프레임은 대안적 정치지형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메시지로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경택 정치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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