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인숙 (15) ‘가장 작은 자를 위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 선언

20여년 함께한 동료 이양희 교수와 국내 최초로 아동 인권 센터 세워… 사명감과 열정으로 무에서 유 창조

김인숙 국제아동인권센터 기획이사(뒷줄 왼쪽 네 번째)가 2018년 12월 22일 서울 중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본인의 책 ‘이렇게 살아도 행복해’ 출판기념회에서 센터 관계자들과 함께했다.

2009년 12월 30일 나는 오랫동안 일해 온 일터를 떠났다. 수많은 고비가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내 일이 천직이자 성직이라 생각했기에 힘든 줄 몰랐다. 정든 일터를 떠나 못다 한 사명을 감당하도록 새로운 일터로 주님의 인도를 받는 데 2년이 걸렸다.

아동인권 운동을 하며 20여년 함께한 동료가 있다. 2003년부터 10년 넘게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양희 교수다.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스위스에서 귀국한 그와 뜻을 모아 국제아동인권센터를 세웠다. 국내 최초의 아동인권옹호기관이다. ‘가장 작은 자를 위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를 비전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을 통한 아동인권 보호 존중 충족’을 사명으로 선언했다.

설립 기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사명감과 열정으로 시작한 비정부기구(NGO)라도 재정이 불안정하면 보통 3년 내 문을 닫는다. 센터는 작은 조직이지만 전문성 있는 젊은 인재들의 헌신과 기지로 위기를 잘 넘기며 창립 9년 차를 맞았다.

센터는 사명 실천을 위해 정부와 연구기관 등 여러 분야와 협력한다. 아동인권옹호전문가 과정을 상설해 100시간 과정의 아동인권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워크숍 형태로 진행한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이들이 여기서 함께 배우고 훈련하며 과정을 수료한다. 수료생은 일터로 돌아가 아동인권옹호가로 활동한다.

2013년 센터는 사명을 더 넓게 실천할 기회를 얻었다. 서울시는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를 만들고 조례 이행을 위해 아동인권증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거기엔 어린이·청소년 인권교육 사업이 포함돼 있었다. 시의 위탁 공모 시기를 기다려 사업 신청을 냈다. 치열한 경쟁이 예측돼 하나님께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며 간절히 기도했고, 결국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2013년 하반기에 시작해 지난해 말로 6년 차 사업을 마무리했다. 올해부터 2년간 사업 연장 승인도 받았다.

서울시와 함께하는 사업은 아동인권 교육훈련 강사를 배출해 이들을 초·중등학교와 아동복지시설 등 청소년 시설에 파견하고 그곳 교사와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아동인권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강사들은 정기적으로 센터에 모여 워크숍과 간담회를 갖고 강의 피드백도 받는다.

이 사업의 백미는 아동인권 컨설팅사업이다. 컨설팅팀은 아동·청소년시설과 복지시설을 방문해 아동인권 친화적 환경으로 운영되도록 자문한다. 시설 종사자가 의무적으로 받는 아동인권 교육훈련의 성과를 가늠해볼 좋은 기회다. 종사자들과 심층 인터뷰를 하며 교육·훈련 후 어떻게 변했는지, 향후 프로그램에 뭘 추가하면 좋을지를 묻는다. 이때 얻은 정보로 교수법이나 교육 참여자의 준비도를 분석해 교육 내용에 변화를 준다. 서울시 인권교육 훈련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도록 연구한다.

전기작가 존 폴락은 “한 사람이 그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센터도 사명 실천을 위해 여러 단체 및 전문가와 연대했다. 보건복지부를 시작으로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협력했다. 서울시와 화성시, 인천 서구 등 지자체와도 함께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등 유관기관과도 연대했다. 무엇보다 아동과 연대했다. 센터는 아동을 위해, 아동과 함께 일하는 기관이므로.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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