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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미스터리 폐렴

박정태 논설위원


2002년 겨울 홍콩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 탓이다. 발열, 두통, 근육통, 기침, 설사, 무력감, 호흡곤란, 폐렴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 질병의 진원지는 홍콩이 아니었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남부의 광둥성이었다. 광둥성에서 시작한 괴질은 중국 수도 베이징을 급습해 사망자가 속출했다. 당초 중국 당국은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괴질은 2003년 아시아를 넘어 캐나다 미국 독일 등으로 퍼지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수개월간 30여개국에서 8000여명이 감염돼 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신종 감염병 때문이었다. 코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타를 가한 것이다.

단 3명의 환자만 발생해 사스 방역에 성공했던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혼비백산했다. 초동 대응 실패, 구멍난 방역, 정부의 정보 통제 등으로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했다. 결국 186명의 확진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다.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감염에 따른 것으로 사스의 사촌 격이다.

최근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해 중국은 물론 인접국들이 비상 상황이다. 지난 연말 환자는 27명이었으나 올 들어 59명(지난 5일 기준)으로 증가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마카오 등에서도 의심환자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증상을 보인 환자가 지난 7일 처음 확인돼 격리 치료와 함께 역학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회사 업무차 우한을 방문한 뒤 귀국한 중국 국적의 36세 여성이다. 메르스 등 9종과 사스 검사 결과는 음성이라서 다른 검사 8종을 추가 진행 중이다.

중국 전문가팀은 1차 조사 결과 발병 원인이 사스가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잠정 판정됐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9일 발표한 상태다. 하루빨리 정확한 감염원과 전파 경로가 파악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메르스 사태의 아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보건 당국은 초기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인 만큼 국민들도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겠다.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연휴가 다가오는데 건강 관리에 유의하자.

박정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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