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클래스 참석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호텔 바 ‘마크 다모르 바이 라망 시크레’에서 와인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다. 레스케이프호텔은 호텔 내부 시설물과 전문가를 활용해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레스케이프호텔 제공

직장인 사이에서 최근 수년째 하비슈머(hobbysumer)족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오락문화 지출 비용은 67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화 비용은 비중은 매년 증가세다. 이처럼 하비슈머족은 취미를 위해서라면 큰 지출을 마다치 않는 이들을 말한다.

최근에는 단순 오락·레저 뿐 아니라 드로잉, 요리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로 취미생활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도 하비슈머족을 눈여겨보고 이들의 취미와 관련한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을 한시라도 더 매장에 머무르게 하려는 전략이면서 동시에 취미 관련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법이다.

락앤락 한식 쿠킹클래스 참석자들이 지난달 서울 송파구 플레이스엘엘 송파점에서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락앤락 제공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은 오프라인 매장 플레이스엘엘에서 원데이 쿠킹클래스인 클래스엘엘을 운영하고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사인 김희은 셰프와 함께 안산점, 안양점, 송파점에서 새해맞이 한식 쿠킹클래스를 열었다. 김 셰프는 서울 해방촌에서 모던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명 ‘힙한’ 레스토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플레이스엘엘은 지난해 11월 안산점을 시작으로 6곳에 문을 열었다. 과거 주부들이 주로 이용했던 밀폐용기 뿐 아니라 20~40대 후반 직장인이 주로 찾는 인기 소형가전, 인테리어 상품, 여행용품, 생활용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매장 내부에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카페 ‘카페엘엘’을 마련해 퇴근길 직장인들이 편히 모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원데이 클래스 클래스엘엘도 취미생활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락앤락 관계자는 “최근 취향을 공유하는 ‘살롱문화’ 트렌드가 확대됨에 따라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일상 속 신선한 즐거움과 유용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 형태의 ‘클래스엘엘’을 마련하게 됐다”며 “올해는 유명 셰프에게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를 매달 각기 다른 주제로 이어갈 예정이며, 향후 요리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클래스를 확대해 플레이스엘엘이 일종의 취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올해부터 비투숙객에게도 호텔 원데이 클래스를 공개한다. 호텔업계는 그동안 호텔 투숙객이나 F&B 이용객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취미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레스케이프는 호텔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원데이 클래스 수강 자격을 주기로 했다. 레스케이프 관계자는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퇴근이 빨라진 밀레니얼(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 고객들이 즐길거리를 고민하다보니 클래스 종류가 늘었다”며 “또 부티크 호텔 특성상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부티크호텔은 일반 호텔보다 규모가 작은 대신 고객 개개인에게 개성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레스케이프는 지난 7월부터 와인과 칵테일클래스, 플라워 아틀리에, 북토크, 펫토크 등 10여개의 컨텐츠를 67차례 운영했다. 레스케이프의 취미 클래스는 호텔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컨텐츠들이 많다. 와인, 칵테일클래스는 팔레드 신 국가대표 조현철 소믈리에와 함께하는 와인 클래스와 마크다모르 바이라망시크레 헤드 바텐더와 함께하는 칵테일 클래스로 식음업장에서의 전문가와 함께하는 살롱 클래스도 준비됐다. 이달부터는 애프터눈 티를 만들고 마시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애프터눈 티 클래스’를 운영한다. 외부에서 티 소믈리에 초빙 영국 차 문화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차를 즐기는 법을 가르친다. 경자년 새해를 맞이해 타로 마스터에게 보는 ‘신묘한 타로 점보기’, 새해소원을 캘리그라피로 함께 적어보는 ‘나만의 그림문자 만들기’ 등 신년맞이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모나미 컨셉스토어 수지본사점 내부 전경. 모나미는 이곳과 서울 종로 인사동점에서 고객들에게 드로잉 클래스 등 다양한 취미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모나미 제공

생활문구 기업 모나미는 2017년 12월부터 2년여간 300여차례에 걸쳐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나미는 수지본사점, 인사동, 동대문, DDP, 에버랜드, 롯데백화점 평촌점,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 등 오프라인 컨셉스토어 매장 6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수지본사점과 인사동점에서 주말마다 모나미 플러스펜 수채화 그리기, 에코백 꾸미기, 캘리그라피, 소품 꾸미기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한다. 올해 1월에는 수지본사점에서 ‘패브릭마카로 인테리어 캔버스 그림 그리기’클래스를 인사동점에서는 새해를 맞이해 ‘불렛저널 꾸미기’ 2주 과정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인사동점 오픈 기념으로 유명 작가들을 초빙해 무료 클래스를 운영했다. 캘리그라피 작가 공병각과 함께 한글 캘리그라피 클래스를 열었고 온초람 일러스트 디자이너와 함께 영문 캘리그래피 책갈피와 편지 봉투 만들기 클래스를 열었다. 또 오유 수채화 작가와 프러스펜으로 감성 수채화 엽서 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했다.

모나미는 또한 필기도구의 역할 변화를 눈여겨봤다. 과거에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필기도구를 썼지만 컴퓨터와 모바일의 발전으로 필기도구 중요성이 떨어졌다. 대신 직장인 사이에서는 ‘드로잉 클래스’ ‘수채화 클래스’ 등 취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캘리그라피’ 태그로 올라온 사진만 280만 건이 넘고, ‘드로잉’ 관련 태그로도 이미 350만 건 이상 공유됐다. 다양한 필기도구를 판매하고 있는 모나미도 여기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모나미 관계자는 “직장인들은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워라밸을 중요시하고 취미활동을 즐기기 시작했다”며 “특히 취미 미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필기구로 소소한 즐거움과 나만의 작품이라는 성취감을 느낄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