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승효상씨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소재한 건축사무소 이로재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로재 설립 후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최현규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의 설계자로 잘 알려진 건축가 승효상(68)씨가 건축 인생 30년을 정리하는 전시를 서울 중구 장충동 ‘파라다이스집(ZIP)’에서 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자택 수졸당(1992)에서 신동엽문학관(2012), 하양무학로교회(2018), 사유원 명정(2019) 등 대표작을 모형 21점과 사진 72점을 통해 보여준다. 내달 29일까지 여는 전시는 건축사무소 이로재(履露齋) 설립 30주년을 기념한다. 그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로재에서 만났다.

-전시 제목이 ‘감성의 지형’이다. 초기에 내걸었던 건축철학은 ‘빈자의 미학’인데, 어떻게 다른가.

“빈자의 미학이 더 깊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 그리스 건축가 피키오니스가 1965년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길을 설계했다. 인근 폐허의 돌을 가져와 모자이크처럼 꾸몄다. 그게 굉장히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1989년 영국에서 그를 추모하는 전시가 열렸는데, 전시 제목이 감성의 지형이었다. 인공적 구조물은 언젠가는 허물어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땅의 기록으로 남는다. 땅의 기억이고 땅의 감성이며, 그것이 건축의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단순히 참배만 하는 곳으로 설계하지 않았다. 1.5~2m 정도 높이를 올려서 일부러 경사로를 내고 작은 동산도 만들었다. 그런 지형의 차이 때문에 사람들은 참배만 하는 게 아니라 성찰하듯 산책하고 모여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경북 경산 하양무학로교회. 파라다이스집 제공

-빈자의 미학은 달동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그동안의 설계작들은 사회적 건축이라고 하기는 힘든 것 같다.

“빈자의 미학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축가는 원래부터 돈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일한다. 부자들이 돈의 힘에 기대 살지 않고, 가난할 줄 아는 마음, 염치를 아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 그것이 빈자의 미학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달동네에서 발견했다. 달동네에선 많은 공간을 이웃과 같이 쓴다. 길이 통행하는 곳만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노는 공간이기도 하다.”

-첫 작품이 ‘수졸당’이라고 하는데.

“유홍준은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김수근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만났다. 그는 김수근이 만든 잡지 ‘공간’ 기자였다. 그 인연으로 제 첫 고객이 됐다. 나는 기능적 건축이 과연 좋은지 회의적이다. 불편한 건축이 우리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에 ‘반기능적 건축’이라는 용어를 쓴다. 수졸당이 그런 공간이다. 다른 방에 갈 때 일부러 신발을 갈아 신어야 갈 수 있게 했다.”

-김수근의 공간에서 뭘 배웠나.

“공간에서 15년을 일했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그의 흔적이 있다. 김수근 이전의 한국 건축은 건축을 일종의 예술로 생각하고 예쁜 건축물을 추구했다. 그러나 건축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있다. 사람들은 공간이 안 보이니 벽만 보고 조형물로 착각한다. 건축은 공간을 봐야 한다. 공간이 사람의 삶을 바꾼다.”

-교회, 성당, 불교문화원 등 종교시설도 많이 수주했다. 교회 건축에 관한 철학을 말해 달라.

“한국 교회 건축은 쇼핑센터 모습을 하고 있다. 미신적 풍경을 하고 있다. 미신에선 첨탑, 네온 십자가 등 심벌이 중요하지 않나. 제가 설계한 경북 경산 하양무학로교회는 15평짜리 시골 교회다. 돈이 없으니 어떤 장식도, 장치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비울수록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목사의 설교단과 평신도 자리 높이가 같다. 마이크도 없다. 교회이자 동네 사랑방처럼 꾸몄다. 그냥 들어왔다가 눈물 흘리는 사람을 여럿 목격했다. 비운 공간이 영성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 총괄건축가(2014~2016)를 지냈다. 세운상가 일대를 재생해 남산에서 종묘까지 막힘없이 도보로 이어지는 구간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그는 “언젠가 이것을 확장시켜 북한산에서 한강을 거쳐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대단위 보행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싶다”고 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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