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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부수적 피해?

태원준 논설위원


지난주 이란이 이라크의 미군기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자 온라인 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쏟아졌다. 전쟁이 TV로 중계되는 세상이지만 이번엔 민간인 접근이 통제된 군사시설을 심야에 타격한 터라 정보가 제한됐고, 이는 가짜뉴스에 최적의 조건을 조성했다. 이 사태와 관련된 가짜뉴스만 수집해 제공하는 온라인 매체가 등장할 정도였다. 미군 피해 규모부터 이란 미사일 사진과 영상, 미군 전투기가 반격을 위해 출동했다는 글까지 가짜뉴스는 공포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가장 뻔뻔한 가짜뉴스는 이란 국영 TV를 통해 유포됐다. 혁명수비대 간부의 말을 인용해 “미군 80명이 사망했고 헬기와 장비가 심각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생자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란 TV는 같은 보도를 되풀이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이 가짜뉴스는 계산된 작전의 일부였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란은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정도의 공격, 미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한된 타격을 원했다. 활동이 드문 한밤중을 택했고 이라크에 공격 사실을 미리 알려줬으며 미국과도 ‘스위스 채널’을 통해 직접 메시지를 교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동시에 보여주기 쇼가 아니라 ‘눈에는 눈’의 보복이라고 내세울 수 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을 채워준 것이 국영 TV의 가짜뉴스였다. 전과(戰果)를 부풀린 거짓 정보로 체면을 세우고 국내 여론의 분노를 다독인 다음 이란 외교장관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트윗을 올렸다. 군사력을 동원한 치킨게임에서 먼저 핸들을 꺾을 명분이 됐으니 가짜뉴스로 전면전을 막은 셈이었다.

나름 치밀해 보이는 이 작전은 미처 계산치 못한 돌발 상황을 만나며 치명적 허점을 드러냈다. 보복 공격 후 미국이 반격할까봐 잔뜩 긴장해 있던 이란 혁명수비대는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적기로 오인해 격추했고, 승객 등 176명이 숨졌다.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미군 80명 사망’ 가짜뉴스를 보도했던 국영 TV에 나와 여객기 참사의 진실을 털어놨다. 결국 군인은 하나도 안 다치고 무고한 민간인만 대거 희생당한 꼴이 됐다. 전쟁 같지 않은 전쟁, 전면전을 막기 위해 계산된 군사작전도 이렇게 비극적인 사태를 초래한다. 이것도 그 악명 높은 용어를 빌려 콜래터럴 대미지(부수적 피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란의 보복 공격과 그것을 부른 트럼프의 드론 공습. 무력에 의존하는 행태는 다 미친 짓이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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