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전광인(가운데)과 선수들이 지난 11일 중국 장먼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이란과의 준결승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한국 남자배구 선수들은 20년 만의 올림픽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절실하게 임했지만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더이상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 구단, 배구협회 차원의 과제가 적지 않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 내내 상대 중앙 센터진의 높이에 고전했다.

2m가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 타 팀들과는 달리 우리 선수들은 신장에서 열세였다. 신영석(200㎝), 최민호(195㎝)등 고참들이 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높이 차이는 측면 공격에도 어려움을 줬다. 박철우(공격득점 55점)와 전광인(53점)은 장신 선수들의 블로킹을 상황에 맞게 대응했지만, 어린 선수들은 쉽사리 방법을 찾지 못했다.

선천적인 신체적 차이를 탓할 순 없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한 서브와 촘촘한 수비, 빠르고 다양한 공격이 필요한데 우리는 이에 못미쳤다.

특히 다양한 구질의 서브가 안정적으로 들어가 리시브를 더 흔들었다면 상대 속공에 덜 시달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대표팀 분석 결과 한국이 대회 내내 질 좋은 서브를 구사한 비율은 단 28%에 그쳤다. 황택의(48%), 나경복(35%), 허수봉(33%) 이외엔 30% 이하다. 앞으로 서브를 어떻게 정교하게 가다듬느냐가 대표팀 성적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몇 차례 얘기가 나왔지만 대표팀의 원활한 세대교체는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대표팀 주축인 세터 한선수(35·대한항공), 라이트 박철우(35·삼성화재), 센터 신영석(34·현대캐피탈)은 다음 올림픽 예선에 나오기 힘든 나이대다. 서브, 수비, 공격을 활발히 하기 위해서라도 젊은 인재들의 도약이 필수적이다. 구단은 리그 때부터 가능성 있는 새싹을 적극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어린 선수의 출전시간을 보장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행정적인 부분도 문제다. 이번 대표팀은 예선전 출국 2주 전에야 소집됐고 공인구 적응 시간도 부족했다. 감독과 전임코치 1명을 제외한 코칭스태프들은 소속팀에서 리그에 집중하다 급하게 합류했다. 전력분석관 중 한 명은 출국 하루 전에 보강될 정도였다. 대표팀 구성에 맞춰 감독-코치-전력분석관-트레이너의 촘촘한 조직이 선수들을 지원하는 타 종목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장기적인 플랜이 아닌 눈 앞의 성적을 위해 운영되는 주먹구구식 대응이 여전한 곳이 우리 배구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과 풀세트 접전을 벌인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일지 모른다.

장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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