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2020년의 막이 올랐다. 2020이라는 숫자의 매력 때문인지 많은 SF 소설이나 영화의 배경 연도가 돼 왔다. 상상 속의 2020년과 현실의 2020년을 비교 분석한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영화의 예지력이 정확했다면 벌써 수년 전에 은하철도999와 같은 기차가 우주로 떠났고 곧 터미네이터와 같은 사이보그도 나타날 것이다. 굳이 영화가 아니라도 미래학자와 과학자들의 예측대로라면 인류는 이미 명왕성에 착륙했고 수명은 150세로 늘었어야 했다. 그렇다고 이 같은 상상이 무의미했다는 것은 아니다. 모토로라의 휴대폰은 TV 드라마 ‘스타트렉’의 휴대용 무선통신기기에서, 아마존의 킨들은 스티븐슨의 소설 ‘다이아몬드 시대’의 전자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런데 CNN에 따르면 오래된 예측일수록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홍채나 지문 등 생체 인증이 서명을 대체한다는 전망처럼 수년 전 예측들은 놀랄 만큼 정확했다고 한다. 과학에 문외한이지만 미래사회의 전망은 수십 년 후는 어렵더라도 기술 진보의 특성상 몇 년 후는 상당히 정확할 것이라 생각된다. 오랫동안 경제를 전망하고 분석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필자에게는 부러운 이야기다. 경제는 당장 올해 상황을 예측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세계 경제 여건이 미국과 이란의 강경 대치로 순식간에 앞날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대외 여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경제도 전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 미국의 기준금리는 0.1%였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기 회복이 과거와 같은 양상을 보일 것이며 2010년대 중반에는 기준금리가 과거 수준인 4%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금리는 오르지 않았고 경제학자들은 매년 똑같은 전망을 반복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의 금리 수준은 기껏 1%대 중반일 뿐이다.

사실 경제학자들도 할 말은 있다. 가계와 기업, 금융시장과 정부 등 수많은 경제주체들이 얽혀 있는 경제활동을 전망하는 것은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현대경제학의 토대를 닦은 폴 사무엘슨의 말처럼 금융시장 가격에는 이미 향후 정치와 경제 여건들에 대한 전망이 반영돼 있으므로 주가나 환율 전망은 전망을 전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의 전망이 종종 빗나갔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경제 전망은 현재 상황에서 합리적 전제를 바탕으로 향후 경제 흐름을 예상하고 이후 여건에 변화가 생기면 이를 반영해 전망 경로를 수정하고 가장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에게 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시각을 제공해주는 한편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로 인한 전망 경로의 변화를 제시함으로써 대응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제의 구조적 변화 등을 발견하고 이를 향후 경제정책에 반영시킴으로써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현상이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완전고용 상태의 실업률(자연실업률)의 하락 가능성 등을 찾아내 정책 당국이 확장적인 경제정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경제 전망 과정에서 전망 오류의 원인을 찾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더욱이 경제의 중장기적인 흐름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정확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일본 경제가 인구 문제 등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은 실현되지 않았는가. 저출산, 투자 부진 등 현재의 추세를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계속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단기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 성장기반 강화를 위한 구조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제언이다. 끝으로 전망의 맞고 틀리고를 떠나 올해 우리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도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마음이라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