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실시간 음원 차트 폐지를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유는 실시간 차트가 가요계 생태계를 교란하는 음원 사재기의 타깃이 되고 있어서다. 윤 부회장은 1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음원 사이트들이 실시간 차트를 선보이는 이유는 이용자들을 사이트에 오래 머무르게 해 더 많은 음악을 소비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부회장은 “문제는 사재기를 비롯한 순위 조작 행위 탓에 차트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시간 차트가 존재하는 한 순위 조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가요계 안팎에서는 실시간 차트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차트가 사재기의 타깃이 된 데는 차트가 지니는 영향력이 상당해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해 2018년 5월 발표한 ‘모바일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시간 차트를 활용해 음악을 듣는다는 비율이 43.6%(복수 응답)에 달했다. 특히 15~18세, 19~29세 응답자의 경우 이 차트에서 들을 음악을 고른다는 답변이 각각 52.5%, 56.3%나 됐다. 실시간 차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공들여 만든 음악이어도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가 적어지는 셈이다.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 사이트는 현재 실시간 차트를 이용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초기 화면에 내걸고 있다.

외국의 경우 실시간 차트가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영향력이 미미한 편이다. 미국 빌보드만 하더라도 일주일간의 음반 판매량이나 스트리밍(실시간 듣기) 및 방송 횟수 등을 토대로 주간 순위를 매긴다. 일본 오리콘 차트 역시 일간이나 주간 단위로 차트를 내놓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은 차트보다는 이용자 취향에 맞는 ‘추천 음악’을 내세운다.

상당수 전문가는 실시간 차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실시간 차트가 왜 필요한지, 이 차트를 통해 업계와 대중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볼 시점”이라며 “차트를 없애기 어렵다면 최소한 음원 사이트 초기화면에 걸지 않는 방안이라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실시간 차트 1위가 갖는 상징성이 커지면서 아이돌 가수의 음반이 나오면 팬들이 ‘스밍 총공(팬들이 가수의 곡을 띄우기 위해 스트리밍을 반복하는 ‘스트리밍 총공격’의 준말)’에 나서곤 한다”며 “이런 분위기 탓에 1위를 차지한 노래가 명실상부한 히트곡이 아닐 때가 많다. 실시간 차트 탓에 많은 가수가 차트에만 집착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차트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해법은 이용자에게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강화다. 실제로 이런 서비스를 앞세운 사이트도 있다. 음원 사이트 중 하나인 플로의 경우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긴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자 취향에 맞는 음악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의 김동훈 플랫폼사업본부장은 “플로 출시(2018년 12월) 당시 플로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는 비율은 6%였지만 현재는 40% 수준까지 늘었다”며 “이런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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