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가 이란을 떠나겠다고 선언해 이란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알리자데가 망명 의사를 밝히는 글과 함께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은 인스타그램의 모습. 키미아 알리자데 인스타그램 캡처

이란 역사상 처음이자 유일한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이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성차별, 정치적 이용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이란 스포츠계에서는 선수들이 자국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은 12일(현지시간) 이란의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이 전날 인스타그램에 이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알리자데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태권도 57㎏급 동메달리스트다. 1948년 이란이 올림픽에 출전한 이래 메달을 목에 건 유일한 여성 선수다.

알리자데는 자신을 “이란에서 억압받는 수백만 여성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나는 그들(이란 당국)이 말한 대로 옷을 입었고 그들이 지시하는 대로 말했다. 그들이 명령하는 모든 문장을 나는 앵무새처럼 말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여성 선수)는 단지 도구일 뿐이었다”며 “그들은 내 메달을 자신의 공으로 돌려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동시에 ‘다리를 그렇게 쭉쭉 뻗는 것은 여자의 덕목이 아니다’라고 모욕했다”고 덧붙였다.

알리자데는 행선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나를 초청한 곳은 없고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지도 않았다”면서도 “위선과 거짓, 불평등, 아첨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기에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어려운 향수병의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이스나통신은 알리자데가 이달 초 훈련차 네덜란드로 떠나 귀국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세계 2위의 청소년 체스 챔피언 알리레자 피라우자는 지난달 당국이 이스라엘 선수와 체스 시합을 못 하게 하자 ‘더 이상 고국을 위해 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란 지도자들은 적대관계인 이스라엘과의 시합에는 나서지 말라고 강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란은 국제유도연맹(IJF)으로부터 퇴출당했다. 이란 올림픽위원회가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사이에드 몰라레이에게 이스라엘 선수와 맞붙지 않도록 일부러 질 것을 강요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몰라레이는 이를 폭로한 후 독일로 떠났다. 국제 축구 심판인 알리레자 파우하니도 지난해 호주로 떠났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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