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에 대한 대응으로 청와대가 인권위 진정을 택한 것이다. 인권 침해나 차별행위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지만 청와대가 진정에 동참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진정에 청와대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가 조국 수사에 대해 ‘과잉·편파 수사’라고 비판해 온 것을 떠올려 보면 수사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 십상이다. 인권위가 독립적인 국가기구지만 정권과 코드를 맞춰 온 전례가 있어 또다른 정치적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청원인은 검찰의 무차별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국 수사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까지도 둘로 갈라 놓을 정도로 입장이 팽팽히 맞선 사안이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막기 위해 유죄란 예단을 내리고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자녀 입시,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운영 등 쏟아지는 불법·탈법 의혹의 진상을 가리려면 대대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검찰이 기소 시 적용한 혐의를 보면 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조 전 장관 일가가 피의사실 공표 금지, 비공개 소환조사, 포토라인 배제, 건강상 이유로 조사 중단 등 여러 ‘특권’을 누린 것을 보면 무차별 인권침해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

오는 22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면 될 일이다. 청와대가 이 시점에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것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원 사격이자 검찰에 대한 우회적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 청와대가 조 전 장관의 일에 ‘수호자’를 자처하듯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수록 감출 게 많고, 편가르기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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