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연합뉴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대표가 홍콩에 들어가려다 입경을 거부당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 시행에 대한 보복으로 거론한 미국 비정부기구(NGO) 제재의 첫 번째 사례다.

이는 미·중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특히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여서 중국이 홍콩과 대만에 대한 강경책을 예고하는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의 케네스 로스(사진) 사무총장이 전날 홍콩국제공항에서 입경이 거부됐다. 로스 사무총장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아무런 설명 없이 ‘홍콩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로스 사무총장은 당초 15일 홍콩에서 100여개국의 인권 실태를 다룬 ‘월드 리포트 2020’에 대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652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 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스 사무총장은 “국제적 인권보호 노력에 대해 중국이 공격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나의 홍콩 입경 거부는 문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로스 사무총장은 1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그는 2018년 홍콩에서 중국 노동시장의 성차별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수차례 홍콩을 방문했지만 이전에는 입경이 거부된 적이 없었다. 그에 대한 입경 금지는 휴먼라이츠워치가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말 홍콩인권법에 서명했고,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며 휴먼라이츠워치 등 미국 NGO 5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대만에서 차이 총통의 재선이 확정된 후 12일 홍콩에서는 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 시민들은 센트럴 에든버러광장에서 3만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9월 입법회 선거 때 완전 직선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직선제로 선출되는 의원 35명과 직능별 대표 35명까지 총 70명으로 구성되며 직능별 대표는 재계 출신이나 친중파 진영으로 이뤄져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주최 측은 9월 입법회 선거에 완전 직선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등 서방국가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라우(23)씨는 “대만 차이 총통의 승리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홍콩과 대만의 시민들은 중국 정부라는 공통의 적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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