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이 넘는 대치를 마치고 막을 내리게 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내내 여야는 극한 대치를 벌이며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격렬한 몸싸움과 고소·고발이 난무한 것은 물론 법안 통과 과정에서도 ‘쪼개기 국회’와 ‘무더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국회법을 활용한 각종 꼼수가 잇따랐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협상과 합의는 찾기 어려웠다.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 법안이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에 태워질 때부터 유례없는 극한 갈등이 펼쳐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열려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패스트트랙 공조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간 충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한 채 국회 의안과와 회의실을 물리적으로 봉쇄했다.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채이배 의원을 6시간 넘게 의원실에 감금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최초로 ‘전자 입안 시스템’까지 활용해 법안을 제출하고, 회의장을 바꿔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기도 했다.

당시 여야의 무차별 고소·고발전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이 109명에 달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일 여야 국회의원과 당직자 총 37명을 기소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피선거권 최소 5년 이상의 박탈로 귀결될 수도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여야 갈등은 이른바 ‘조국 정국’을 거치며 정점으로 치달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은 ‘조국 사퇴’와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 개혁 이슈가 전면에 부각됐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이 임박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당은 지난해 11월 말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안건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때로는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해 회의를 지연시켰다. 민주당도 임시회 회기를 짧게 끊어가는 전술로 맞대응하며 4+1 공조 체제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차례로 처리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는 마무리됐지만 그동안 정치권에 남긴 상처는 너무 깊다. 정치권의 극한 갈등으로 국회의 기본적 의무인 민생 현안 처리나 정부 예산안 심사 등은 방기됐다. 오는 4월 총선 때 국민의 심판이 주목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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