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동차업체 혼다는 올여름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는다.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일정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다. 고급 차종인 ‘레전드’ 일부 모델에 ‘레벨3’(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가운데 레벨3 자율주행차를 시판하는 건 처음이다. 일본 정부와 자동차·보험 업계가 관련 법·제도를 비롯해 보험에 적용되는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 등을 일찌감치 마련한 덕분이다.

한국은 이달 초 레벨3 자율주행차의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공포했다. 자동차업체들이 여기에 맞춰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해 차량에 적용하면 한국도 7월부터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언감생심’에 가깝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나면 운전자 책임인지, 제조사 책임인지 따져야 하는데 책임부담 규정이 미비하다. 이 때문에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을 밝힌 자동차업체는 아직 없다. 보험상품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13일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보험 법·제도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보험상품도 없는 상태다. 당장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레벨3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사고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2곳뿐이다. 가입 대상은 시험용 차량에 국한돼 있다. 주로 배상책임에 대한 상품인데, 피해자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에 우선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법·제도에 구멍이 많아 자율주행차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와 제조사 간 책임소재 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다.

자율주행차 보험 법안은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을 통해 제출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여야 간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어 20대 국회 회기 내에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 보험 업계에선 4월 총선 이전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본다.

개정안의 핵심은 레벨3 자율주행차에 대한 보상 기준이다. 기본적으로 사고 책임을 운전자에게 두되, 책임의 범위를 자율주행차 제조사(또는 수입사)로까지 넓혔다. 사고가 자율주행차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고 판명되면 보험사는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제조사에 청구(구상권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보험업계는 자율주행차 사고 시 자동보고시스템 도입, 사고 관련 정보에 대한 보험사의 접근권 확보, 보험사의 사고정보 활용 등 후속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해킹 사고 대책 등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해킹 등에 따른 사고의 책임 소재를 놓고서도 폭넓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국가에선 정부 주도로 자율주행차 보험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2018년 4월에 레벨3 자율주행차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일단 운전자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제조사는 차량 시스템에 명백한 결함이 있을 때에만 책임을 진다. 외부 해킹에 따른 사고는 정부에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자율주행차 사고도 일반차 사고처럼 차량 보유자의 자동차보험으로 보상하는 ‘단일보험자 모델’을 채택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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