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발표 이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 응한 봉준호 감독. 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관객들이 외국어영화에 한층 더 개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생충’이 미국에서 거둔 성공이 그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은 후보 발표 당시 환호하는 배우 송강호의 모습.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NEON 제공

“오스카에 발을 내디딘 첫 한국영화로서, ‘기생충’이 역사를 만들었다.”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상 최종 후보 발표가 나온 1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렇게 보도했다. 여타 현지 유력 매체들도 찬사를 쏟아냈다. “장르를 초월하는 블랙코미디 ‘기생충’이 첫 한국영화로 오스카의 땅에 상륙하는 역사를 썼다.”(LA타임스) “91년간 오스카의 낙점을 받지 못했던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기생충’이 바꿔놓았다.”(인디와이어)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까지 무려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오스카 역사에서 작품상과 국제극영화상 후보로 동시에 오른 6번째 작품이자, 작품상 후보에 오른 11번째 외국어영화가 됐다. 한국 감독이 오스카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건 최초이고, 아시아 전체로 봐도 대만 출신 이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봉 감독은 현지 매체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알아차리게 될 것만 같다”면서 “모든 장비가 다 부서지고, 케이터링 트럭이 불에 타고 난 울부짖는 그런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지금 모든 것이 완벽하고 난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오스카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상작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부문별로 한 표씩 행사하고, 최다 득표한 영화가 그 부문 상을 차지한다. 전체 회원 9537명(지난해 12월 기준) 중 8469명에게 투표권이 있는데, 한국인 회원은 박찬욱·이창동 감독, 배우 최민식·이병헌 등 약 40명이다.

‘기생충’의 수상이 가장 유력시되는 건 국제극영화상이다. 앞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던 터라 가능성이 높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이나 감독상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정복한 작품은 없었다. 지난해 기대를 모았던 알폰소 쿠아론(멕시코) 감독의 ‘로마’도 외국어영화상에 그쳤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역사적 쾌거’ ‘기념비적 성취’ 같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편집상과 미술상 노미네이트는 예상 밖이라고들 말하는데, ‘기생충’은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층위에서 역대급이다. 연기 부문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뿐”이라면서 “수상 부문은 3개 정도 예상하고 최다 5개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이 농담 삼아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제’라고 얘기했었지만, 할리우드는 전 세계 영화의 성지다. 그곳에서 외국어영화가 인정을 받은 건 대단한 일”이라면서 “그동안 성별·인종의 다양성을 무시해온 아카데미가 ‘기생충’에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안긴다면 엄청난 쇄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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