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은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밤낮이 바뀌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잠을 자지 못하면 인체의 생체리듬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의 과학’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해 다양한 조언을 들려준다. 픽사베이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수면 압력’을 가하는 화학 물질 ‘아데노신’ 탓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인간의 뇌에는 아데노신이 쌓인다. 12~16시간이 지나면 아데노신은 뇌에 강한 졸음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 건 카페인이 아데노신이 뇌에 보내는 신호를 차단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 몸에 있는 ‘체내 시계’ 때문인데, 인체는 이 시계에 따라 하루 주기의 리듬을 반복한다. 즉, 체내 시계가 만드는 박자에 따라 수면과 각성의 시간을 넘나들게 된다.

식물이 체내 시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170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나 동물은 달랐다. 인간의 체내 시계가 확인된 건 1950년대였다. 실험에 자원한 한 참가자는 안데스산맥에 있는 동굴로 들어갔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그는 졸릴 때마다 전화를 걸었고, 잠에서 깰 때도 연락을 했다. 밤낮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참가자의 기상과 취침 시간 주기는 일정했다. 그는 정확하게 24시간 15분 주기로 ‘하루’를 반복했다고 한다.

‘생체리듬의 과학’은 이렇듯 신기하고 희한한 체내 시계의 세계를 파고든 신간이다. 생체리듬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인 미국의 사친 판다(49) 소크생물학연구소 교수가 썼다. 인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가 밤이 너무 길어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생체리듬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이 연구에 매진하면서부터는 “좋아하는 브로드웨이 쇼를 맨 앞자리에서 볼 때와 같은 기분”을 느낄 정도로 생체리듬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체내 시계의 작동 원리를 통해 “완벽한 타이밍”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유익한지 들려주는 내용이 1부를, 생체리듬을 활용하는 방법과 특정 질병과 생체리듬의 관계를 파고든 이야기가 각각 2부와 3부를 장식하고 있다. 어려운 학술 용어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선명한 비유와 은근한 유머가 인상적인 신간이다.

저자는 체내 시계의 “3대 핵심 리듬”이라면서 수면, 식사, 신체 활동을 꼽는다. 이들 리듬 가운데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수면 리듬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저녁에는 주황색 계통의 조명을 사용하고 스마트폰 액정 밝기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앱을 활용하는 게 좋다. 숙면을 취하려면 침실 온도를 21도 이하로 유지하라거나 침실을 공부방이나 거실처럼 사용하지 말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수면 리듬이 뇌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장기나 근육은 식사 리듬의 지배를 받는다.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음식을 섭취하면 생체리듬이 갈피를 잡지 못하니 간헐적 단식인 ‘시간제한 식사법’을 통해 체내 시계의 오작동을 제어하는 게 필요하다. 신체 활동, 즉 운동도 생체리듬에 영향을 준다. 운동하기 좋은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면 오전 10시~오후 3시를 택하는 것이 좋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은 아침보다는 오후가 적당했다고 한다.

이처럼 ‘생체리듬의 과학’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그래서 귀가 솔깃해지는 조언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독자의 현재 건강 상태와 생체 리듬 사이의 관계를 직접 체크해보는 간단한 테스트나, 건강 식단을 짤 때 요긴할 법한 식품 목록까지 소개해놓았다. 새해를 맞아 올해는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이라면 참고가 될 만한 신간이다.

“여러분이 현재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병의 진행을 역전시키거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생체리듬을 구성하는) 여러분의 생체주기 코드를 강화하는 것임을. …여러분의 생체주기 코드를 강화하는 것이 기적의 치유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나는 여러분이 알약에도 마법의 힘은 없다는 사실을 배웠기를 바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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