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 교사를 옹호하는 게 아닙니다. 개인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스쿨 미투 처리현황’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 피고발인인 서울시교육청 측이 이렇게 최후진술을 하자 청중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김정덕 대표는 재판을 마친 후 “스쿨 미투 발생 당시 교육청은 투명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장담했었다. 이렇게 징계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아 8개월째 소송을 끌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스쿨 미투 처리현황’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이 교육청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교육청이 피해 학생 보호나 성폭력 재발 방지보다 가해 교사의 개인정보 등을 보호하는 데 급급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스쿨 미투’ 운동은 중·고교 학생들이 그간 숨겼던 교내 성폭력 피해를 밝히고 가해 교사를 고발한 움직임으로 2018년 4월 용화여고의 ‘창문 미투’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교육청이 공개를 거부하는 자료는 ‘가해 교사에 대한 수사 상황 및 징계 여부’ ‘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학교별 재발 방지 대책’ 등 11개다. 이 중 7개는 자료가 없어 공개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개인정보보호 등 법률에 따라 공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앞서 4차례 재판에서 ‘가해 교사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 침해’를 주장했다. 교육청 측은 “가해 교사의 징계처분을 공개하면, 이름 등이 익명처리가 돼도 누군지 특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혐의가 입증된 교사조차 같은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또 “피해자 가해자 격리 조치 등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인데, 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 학교장의 공정한 의사결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측은 “성폭력 재발이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고발 이후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교육청은 각종 고소 고발이 두려워 형식적인 법률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고한 교사가 있다면 그들도 감사 및 수사 결과가 알려져야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자료가 없어 비공개’ 결정을 내린 자료 중 일부는 현재 교육청이 갖고 있는 것으로 국민일보 취재 결과 파악됐다. ‘학교별 재발방지 대책’ 자료에 대해 교육청 성평등팀 관계자는 “재발 방지 대책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만든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와 ‘자료 부존재’를 통보했다”며 “현재는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재판이 이어지는 건 알았지만 자료 존재 여부를 알릴 필요성이나 방법을 알지 못했다. 착오인 듯하다”고 말했다.

‘가해 교사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 자료의 경우 부서 간 엇박자를 냈다. 교육청 성평등팀은 ‘자료가 없다’는 반면, 징계 관련 부서에선 ‘공무원 처리 지침에 따라 형사처벌 과정이 모두 우리 쪽에 통보된다’고 했다.

교육청이 2018년 내놓은 스쿨 미투 대응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게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하경 변호사는 “당시 교육청은 각 학교가 성폭력 사안 조사 과정을 가정통신문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놨는데, 여론이 수그러들자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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