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주장은 일단 엄포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개인 의견으로 일축해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부동산 문제를 담당하는 경제수석도 아니고 정치를 담당하는 정무수석이 이런 말을 했다는 점에서 전문성도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한 다음 날 청와대 핵심 참모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추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문제는 이미 정치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총선을 앞두고 정무수석이 이렇게 파장이 큰 발언을 한 것 자체가 부동산 문제는 경제문제를 넘어 정치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치는 생물이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에는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반발때문에 주택거래 신고제를 도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다를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도 노무현정부 때는 실패했지만 문재인정부는 기어이 해냈다. 검찰을 타깃으로 정한 뒤 당정청이 나서고 지지 세력을 총동원해 결국 마무리 지었다. 문재인정부가 검찰 개혁 다음으로 시급하게 여기는 국정 과제는 부동산 문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강남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집값이 가장 폭등하고 투기성도 높은 강남에 국한해 한시적으로 매매 허가제를 도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헌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 공수처 설치도 위헌 논란이 있었다. 보수 언론이나 보수 세력이 ‘사유재산권 침해’ ‘사회주의’라며 반대하는 것은 미안한 얘기지만 문재인정부한테는 극복해야 할 걸림돌에 불과하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일 뿐이다.

앞으로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르는 바람에 지지 세력은 물론 중도 성향 국민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비난 여론이 치솟아 정권이 흔들릴 정도가 되면 정치적 이유에서라도 매매 허가제 도입을 추진하지 말란 법이 없다. 아직은 투기 세력에게 엄포를 주는 동시에 여론을 떠보는 측면이 많다. 여론조사도 이미 해봤거나 해볼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지 않을 유일한 길은 엄포가 통해 강남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것뿐인지 모른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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