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대로(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한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의 최대 스트레스는 소음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좀 덜하다. 봄·여름·가을에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위와 집회가 열린다. 창문을 꼭꼭 닫아도 다 들리는 확성기 소리와 구호, 음악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짜증이 난다.

KT빌딩에 입주해 있는 민간 기업 직원도 같은 하소연이다. 그는 “다수가 하는 집회뿐 아니라 특정 주장이나 목적을 내세운 1인 광고·시위의 소음도 장난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은데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혀를 내두른다.

이들은 집회와 시위의 소음 기준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색을 했다. 경찰청은 심야에 진행되는 집회·시위에 대한 소음 기준을 신설하고, ‘순간 최고소음도’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올 상반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 2014년 이후 첫 규제 강화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에서의 집회·시위 소음 한도는 주간 65㏈(데시벨), 야간 60㏈이며, 그 외 기타 지역에선 주간 75㏈, 야간 65㏈이다. 2014년에는 기타 지역의 기준이 5㏈ 강화됐다. 경찰은 기타 지역은 그대로 두고 주거지역 등에 심야 기준을 신설, 55㏈ 수준으로 규제할 계획이다.

순간 최고소음도도 도입한다. 현재 경찰은 10분간 집회·시위 소음을 측정해 평균값으로 기준치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 순간 최고소음도가 도입될 경우 시위 중 초 단위의 짧은 시간이라도 기준치를 넘는 소음이 발생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와 광화문 인근에서 최근 보수단체 집회가 늘자 그제야 경찰이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며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 헌법 제21조에서 규정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시민들이 심리적 폭력으로까지 느끼는 현실을 반영한 규제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규가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기존 법령으로도 충분한데, 경찰이 이런저런 사정 다 봐주며 느슨히 법규를 적용하다 보니 아무도 집시법을 두려워하지 않다는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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