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브라운관에는 판타지를 듬뿍 묻힌 작품과 톱스타·제작진이 뭉친 수작들이 대거 선보인다. 사진은 올 상반기를 달굴 드라마들의 포스터.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하이바이, 마마!’(tvN), ‘이태원 클라쓰’(JTBC), ‘방법’(tvN), ‘더 게임: 0시를 향하여’(MBC), ‘하이에나’(SBS). 각 방송사 제공

드라마가 한 해 100편 넘게 쏟아지는 탓에 제작자들은 울상 지어도 시청자는 웃음을 짓게 된다. 올해 간단없이 이어질 수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판타지’와 ‘웰메이드’다. 자타공인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톱스타들도 연이어 안방을 찾아 기대를 더한다.

2020년 브라운관은 잔잔한 드라마보단 판타지 흐름이 거세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작품은 역시 상반기 방영 예정인 ‘더 킹: 영원의 군주’(SBS). 국내 최정상 김은숙 작가의 작품인 데다 인기가 대단한 이민호 김고은이 출연한다. 평행세계 소재의 작품으로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와 형사 장태을(김고은)의 공조와 로맨스를 그린다. 주인공들 저마다 비범한 능력을 갖췄다는 특징도 두드러진다. 오는 22일 방송되는 ‘더 게임: 0시를 향하여’(MBC)는 죽음을 보는 예언가 태평(옥택연)과 형사 준영(이연희)의 이야기다.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쓴 ‘방법’(tvN)도 이름과 소지품 등으로 사람을 죽이는 10대 소녀(정지소)와 사회부 기자(엄지원)가 악과 맞선다는 얼개의 작품이다. 이동욱은 상반기 ‘구미호뎐’(tvN)을 통해 ‘남자 구미호’를 최초로 선보인다.

판타지는 극적 감동을 위한 장치로도 활용된다. 오는 2월 방송될 ‘하이바이, 마마!’(tvN)와 상반기 방영 예정인 ‘앨리스’(SBS)는 톱 여배우들이 각각 주연으로 나선다. 5년 만에 돌아온 김태희는 하이바이 마마에서 사망 후 49일간의 환생 재판을 이승에서 받게 되면서 가족과 다시 만난 엄마 차유리 역을 연기한다. 죽음으로 이별한 남녀가 시간여행을 통해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앨리스에는 김희선이 캐스팅됐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일상성이 중요한 드라마에서 판타지가 이렇게 선호되는 건 특이한 흐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행세계 같은 세계관의 확장이 두드러진다”며 “벅찬 삶에 지쳐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초인이 되고픈 시청자들의 욕망을 겨냥한 전략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브라운관이 유달리 기대되는 건 전편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들도 속속 속편을 선보여서다. 시즌제 드라마를 선보이는 글로벌 OTT의 유행과 점차 개선되고 있는 촬영 환경 등이 두루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기대작이었던 ‘낭만닥터 김사부’(SBS) 시즌2는 지난 6일부터 방송돼 시청률 19.9%(닐슨코리아)로 인기몰이 중이다.

‘비밀의 숲2’(tvN)도 하반기 편성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다. 감정 없는 검사와 정의로운 형사가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내용의 이 극은 3년 전 숱한 마니아를 만들었다. 이수연 작가의 긴장감 넘치는 극본이 백미였는데, 이번 역시 이 작가가 집필하고 배두나 조승우가 출연한다. 넷플릭스에서 3월 중 선보일 ‘킹덤’ 시즌2는 잘 알려졌듯 ‘시그널’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합심한 극이다. 주지훈 류승룡 주연의 조선 배경 좀비 스릴러로 지난해 그로테스크한 추격전과 한국형 좀비의 이색적 모습으로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시즌2는 특히 전지현이 깜짝 출연해 기대가 더 크다.

재미가 얼마간 보증된 작품도 있다. ‘이태원 클라쓰’(JTBC)와 ‘슬기로운 의사생활’(tvN)이 그렇다. 오는 31일 방송을 준비 중인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인 광진 작가의 동명 웹툰 자체가 워낙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 이태원에 포차를 차린 청년들의 얘기를 뭉클하게 그려내는데, 극에는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박서준과 김다미가 캐스팅됐다. 여기에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제작진과 톱스타들이 뭉친 작품이 합세한다. 조정석 유연석을 앞세워 오는 2월 방송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히트시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만들었다.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히어’에는 이병헌 한지민 신민아가, 다음 달 21일 방송되는 ‘하이에나’(SBS)에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뽐내는 김혜수가 출연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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