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임희정이 지난 9일 경기도 서안성 파3 골프클럽에서 샷을 연습하고 있다. 안성=김철오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가 펼쳐진 지난해 9월 22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 17번 홀(파3). 임희정(20·한화큐셀)의 샷이 핀에서 다소 먼 14m 앞에 떨어졌다. 한 번의 실타로 우승권 밖으로 밀려날지 모를 살얼음판 승부. 임희정은 그러나 주눅 들지 않고 파가 아닌 버디를 조준했다. 퍼터를 떠난 공은 핀을 향해 거침없이 굴러가더니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임희정은 공동 선두가 된 김지현(29)과 연장 승부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 달 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통산 3승을 수확해 루키의 ‘돌풍’을 완성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서안성 파3 골프클럽에서 만난 프로 2년차 임희정은 대뷔 시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7번 홀을 지목했다. 그 순간이 “짜릿했다”고 한다. 짜릿함에 대한 여운 때문일까. 임희정은 올해의 목표로 가장 먼저 “역전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왜 굳이 역전 우승일까. 그의 답은 시원했다. “공격적인 게 재미있잖아요. 극적인 승부, 공격적인 경기, 그게 좋아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승부가 주는 전율에서 즐거움을 찾는 당돌한 스무 살.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언제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임희정도 알고 있다. 지난 시즌의 상승세에 자만하지 않고 침착하게 2020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올해의 목표를 우선 2승으로 잡았다”며 “지난해는 시즌 전반부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컷 탈락도 있었다. 올 시즌 첫 승을 조금 빠르게 거두면 3승,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임희정은 신장이 161㎝로 골프선수로서 다소 작은 편이지만 평균 비거리 246.7857야드를 기록할 만큼 장타에다 정교한 샷을 가졌다. 임희정은 “키에 비해 팔이 좀 긴 편이어서 장타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며 웃은 뒤 “매일 상체 운동을 하면서 장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22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에서 KLPGA 투어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는 임희정. KLPGA 제공

임희정은 현재 세계 랭킹 24위다. KLPGA 투어 선수들 중 1위, 미국·일본 투어까지 포함하면 한국 선수 중 10위에 해당하는 순위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획득해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릴 기회를 갖게 됐다. 성적만 좋다면 순위 상승은 덤이다. 잘만 한다면 2020 도쿄올림픽 출전(한국 선수 중 랭킹 4위까지)이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임희정은 올림픽 출전에 대해 “LPGA 투어 언니들이 잘하고 있어 저는 올 여름에 응원만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라고 수줍은 미소로 답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올림픽은 모든 선수의 꿈이 아니겠어요. 기회가 온다면 잡아야지요. 2년차에는 조금 더 (원대한 목표를 위해)도전하고 싶어요.”

안성=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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