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뛰어든 ‘목발’ 인권운동가 “탈북민 위해 더 큰일 하겠다”

[정치, 있다 GOD FLEX] <1> 북한인권단체 ‘나우’ 지성호 대표

최근 자유한국당에 영입된 지성호 나우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고향인 함경남도 회령을 가리키며 인권운동가로서 통일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거짓과 탐욕, 분열과 증오가 판치는 정치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사랑과 이해, 신뢰와 협력의 정치는 불가능한 걸까요. 4·15총선을 앞두고 기독 정치신인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정치 개혁을 독려하기 위해 ‘정치, 있다 갓플렉스(God Flex)’ 기획을 시작합니다. 갓플렉스는 기독교가 추구하는 사랑, 용서, 화해의 가치를 품고 자랑하자는 뜻입니다.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성호(38) 대표는 ‘목발’ 인권운동가로 불린다. 함경남도 회령 출신인 그는 14세 때인 1996년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굶주림에 쓰러진 사이 사고를 당해 왼팔과 다리를 잃었다. 남동생과 함께 2006년 목발을 짚은 채 중국과 동남아를 9600㎞ 횡단해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 나우를 설립해 북한인권운동을 해 온 그는 4·15총선을 앞두고 최근 자유한국당에 인재로 영입됐다. 지 대표를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나우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 대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와 우려의 말을 함께 들었다고 했다. “‘나우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지 정치권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고 걱정하시더군요. 인권활동가로 10년간 시민운동을 했는데, 탈북민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란 걸 절감했죠. 지난해 7월 탈북민 모자의 아사,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자 두 명의 북송 등 안타까운 일이 많았죠.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은 결국 국회에서 만들잖아요. 기도 끝에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지 대표는 지난해 초 하나님께 “북으로 올라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일에 협력할 ‘300명 기드온 용사’를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는데 해가 바뀌기 전에 응답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한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 오륜교회에서 열린 ‘다니엘기도회 ’때 였다.

지 대표는 기도회 강단에 올라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하는 탈북여성을 구하는 일에 힘써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후 탈북여성 수백명을 구할 수 있는 후원금이 들어왔다. 탈북여성 1명을 구하려면 최소 200만원이 필요하다. 상가교회 임차보증금으로 모은 돈을 헌금한 목회자 가정도 있었고,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도 선뜻 성금을 내놓았다. 한국교회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지 대표가 2018년 1월 백악관에 초청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나우 제공

“많은 간증을 했지만, 지난 다니엘기도회 때는 특별한 마음이 있었어요. 성령의 마음으로 간증했는데 통일 한반도의 희망을 봤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마음을 모아주신 것을 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꼈어요. 일본에 나우 지부를 만들자는 제안도 들어왔고요. 기적이었습니다.”

지 대표의 삶은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됐다. 그중에서도 팔과 다리가 절단돼 마취 없이 수술받았을 때가 가장 지옥 같은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봐도 저한테 고난이 몰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고난을 적당히 주시든 나눠서 주셔야지 하필 왜 저입니까.’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드린 적이 있어요. 되돌아보면 고난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나우를 설립하기 전 미국 크리스천들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미국인이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북한 주민을 위해 행동하는 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우는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간 탈북여성 구출, 통일을 위한 캠페인과 교육, 탈북민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지금까지 500여명의 탈북여성을 구출했다.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나가기까지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나우는 생계지원에 머물지 않고 노숙인을 위한 자원봉사 등을 하게 함으로써 자존감을 되찾도록 돕는다. 지 대표는 외로운 탈북민을 위해 눈물 흘리는 이들이 이 시대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이 일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탈북민 지성호가 하는 게 아니라 이 시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정치에 입문해서도 탈북민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동시에 이 시대 청년의 역할도 감당하고 싶습니다. 통일 이후도 준비하고 싶어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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