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27)씨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6월 유명 소셜커머스 업체에 입사했다. 그러나 취업의 기쁨도 잠시, 담당 교수 3명에게 취업계(취업확인서)를 내러 갔다가 “강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학점을 줄 수 없다”는 날벼락 같은 말을 들었다.

졸업 전 조기 취업할 경우 취업계를 내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관행이 있었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회사 인사팀은 지난해 말 이씨에게 ‘졸업증명서를 내지 않으면 결격사유로 입사가 취소된다’고 알려왔다. 6학점을 이수하지 못한 이씨는 결국 반년 만에 퇴사해 다시 학생 신분이 됐다.

대학생 김모(27)씨는 지난해 말 방송 관련 업체에 조기 취업했지만 취업계를 인정받지 못해 졸업을 못했다. 김씨는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고졸’임을 전제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말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조기 취업을 하고도 취업계를 받지 못해 회사를 관두는 학생이 적지 않다. ‘출석하지 않고 학점을 받는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 이후 교수들이 취업계 인정에 소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정사회’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맞물려 학교별로 출결 관리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취업계는 조기 취업생이 출석하기 어려울 때 별도 과제 수행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다. 과거에는 관행처럼 인정됐지만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당시 권익위는 학점을 받기 위해 출석 인정을 요구하는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후 교육부는 대학별로 학칙을 개정해 취업계를 인정해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학교마다 학칙이 제각각인데다 교수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 학생들 사이에선 “취업계 인정은 복불복”이란 말이 나온다. 취업계 인정 학칙을 만든 학교들은 ‘취업확인서 제출, 온라인 교육 이수, 과제 제출 시 학점 부여’ 등의 근거 규정을 뒀다. 그러면서도 이를 교수 재량에 넘긴 경우가 많다. 관련 학칙이 없는 학교도 있다.

교수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사립대 교수는 16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취업계를 받는 게 부담되고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취업계를 받아줬다가 다른 학생들의 항의를 받는 일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교수는 “인턴으로 일하다 취업계를 못 받아 정규직 전환 기회를 놓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공공기관 공채에 합격하고도 졸업 요건을 못 갖춰 연수만 받다 나온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근로자의 신분 변경 시 계약을 해지하거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교육부는 취업계 관련 세부 지침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취업계를 인정해 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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