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한 친구는 얼마 전 이런 질문을 올렸다. “CES가 뭔데 다들 거기에 가 있는가?”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에 국내 전자업계 종사자를 포함해 거의 1만명이 몰려갔다. 한국인 참가자는 미국(12만명)과 중국(1만5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기획·운영하는 CES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다.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의 향연장이다. 일본 도요타는 이번에 ‘우븐 시티(Woven City)’라는 스마트시티 콘셉트를 공개했다. 도요타 직원과 그 가족 2000여명이 거주하며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등 기술 실험을 시도한다고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는 공처럼 생긴 AI 로봇 ‘볼리(Ballie)’를 소개했다. 볼리는 사용자 명령에 따라 집안일을 할 수 있다. LG전자는 ‘클로이 테이블’ 섹션에서 로봇으로 미래 레스토랑을 연출했다. 클로이 로봇은 손님의 주문을 받고 요리에 이어 설거지까지 했다. 현대자동차는 ‘플라잉 카(Flying Car)’ 사업에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상용화까지 많은 단계가 남았지만 AI를 포함한 이런 신기술이 지배할 미래에 참관자들은 하나같이 환호했다. 머지않아 로봇이 애완견을 대신하거나 연인이나 가족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영화 ‘그녀’(Her·2013) 주인공 테오도르처럼 로봇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기분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AI 운영체제(OS) ‘사만다’를 사랑하게 된다. CES가 예고한 기술이 실현되면 목소리로만 존재하던 사만다가 청소도 하고 요리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이 로봇과 현실 속 친구보다 더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만약 기술이 인간의 거의 모든 노동을 대체하고,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을 대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혹자는 로봇이 레시피대로 요리해주면, 인간은 식재료 재배나 레시피 개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한다. 각자 자기 개성을 나타내기 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과 관계에서 소외된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긴 어려울 것이다. AI나 로봇 등 신기술이 천천히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이미 많은 식당과 각종 매표소에서 무인 주문기가 종업원을 대체했다. 기술은 탈(脫)인간화를 향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CES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서구인들이 열광했던 만국박람회와 오버랩되는 면이 있다. 세계적 전시회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첫 기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차(1851년) 전화기(1876년) 자동차(1885년) 비행기(1904년) TV(1939년) 등이 만국박람회에 가장 먼저 소개됐다. 그러나 유럽 열강의 폭력과 야만도 그 아래 깔려 있었다. 당시 주요 만국박람회는 인종을 전시했다. 1889년 프랑스 파리 박람회는 아프리카 원주민 400여명을 모아 식민지촌을 재현했고, 1893년 미국 시카고 박람회는 벌거벗은 아프리카 다호메이 부족 100여명을 전시했다. 서구인들은 이런 ‘인간 동물원’을 내려다보며 백인우월주의를 공유했고 ‘미개한’ 인종에 대한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다.

CES는 전자업계의 만국박람회라 할 수 있다. 제국주의 시대에 만국박람회가 인종주의를 표방한 것처럼 CES는 기술만능주의에 바탕을 둔 탈인간주의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로봇이 단골집 주방장을 깡그리 대체하고 개성 넘치는 친구들을 대신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기 바란다. AI와 로봇 위주이긴 했지만 CES에는 노인이나 환자를 보조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헬스케어 기기도 있었다. 인간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이런 기술 연구와 노력도 꽤 주목받았다. 업계에서 인간다움과 공존하는 기술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강주화 산업부 차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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